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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부터 치료 후까지···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 ‘뚜렷’
암 진단부터 치료 후까지···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 ‘뚜렷’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2.10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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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진단율, 월소득 300만원 미만 36%···600만원 이상은 58%
저소득층은 진료비·생활비, 고소득층은 심리적 지원 요구 높아

소득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암에 걸렸다는 것을 늦게 발견하고, 말기 혹은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이후에 발견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 환자 대부분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심리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암 치료 환경의 비효율 개선을 위한 국제단체인 올캔인터내셔널의 한국지부인 올캔코리아의 발족을 기념해 10일  오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는 495명의 암환자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암 환자들은 최초로 종양 발견 시 ‘자각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아 발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는 국가6대암검진 사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대암(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폐암)의 경우에도 증상을 자각한 이후에야 검사를 받고 암을 진단받는 경우가 38.1%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경향은 가계의 월 소득이 낮을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암 진단뿐만 아니라 진단 시 종양의 진행 단계와 전이 여부도 가계 소득 수준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월 300만 원 미만 환자는 1기에서 진단받는 비율이 35.5%인 반면, 600만 원 이상 환자는 57.8%로 월소득이 높을수록 비교적 암의 초기 단계에서 암을 진단받는 비율이 높았다.

반대로 암 말기인 4기에 암을 진단받는 환자의 비율은 대체로 월소득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최초 진단 시 암이 전이된 상태였던 비율도 300만 원 미만은 18.2%, 600만 원 이상은 8.4%로 2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암 환자들은 대부분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당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제적 지원에 비해 심리적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들은 암 진단 시 경제적 비용 부담보다는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 36.8%, ‘가족에 대한 걱정’이 36.8%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가장 크게 호소했다. 하지만 막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에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의 검사비 지원’이 48.3%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암 치료 시 힘든 점도 ‘신체적 고통’ 46.5%, ‘심리적 어려움’ 45.5%, ‘심리적 위축’ 41.3%로 ‘경제적 어려움’ 26.9%, ‘치료비에 대한 부담’ 21.5%로 20% 이상 차이를 보였고, 힘들었던 점을 해결할 지원사항으로는 ‘치료비 지원 및 관련 제도 안내’가 24.5%로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암 치료에 있어 환자의 심리적 건강은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이미 암 진단 시부터 암 치료 과정에 심리적 치료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다학제적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심리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만연한 상황이다. 

정유석 교수는 “설문조사를 통해 소득 수준에 따른 암 관리 수준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암 지원 정책은 소득 수준의 차이에 관계없이 너무나 불균형하게 지원되고 있다”며 “앞으로 고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대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늘릴 필요가 있고, 암 환자의 치료 후 사회복귀와 심리 치료에 대한 관심도 더 기울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올캔코리아는 암 환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저소득층 암 검진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과 암 환자의 심리적 지원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각종 환자지원을 위한 제도 및 법률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최성철 올캔코리아 대표는 “암 진단부터 치료 후까지 전체 암 관리 과정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비효율을 진단한 데 의의가 있다”며 “올캔코리아는 환자 중심의 효율적인 암 치료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발족 목적을 알렸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올캔코리아가 다른 환자단체들처럼 약제의 보장성 강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최 대표는 “그런 활동은 개별 암 환자 단체들이 할 일이고 이미 충분히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올캔코리아는 특정 암치료제의 가격결정이나 급여화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대표는 "올캔코리아는 단순히 암치료 비용의 비효율성뿐만 아니라 진단부터 치료 후까지 암 치료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환자 중심으로 전개할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특정 제약사가 아닌 다른 기업들에게도 올캔코리아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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