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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약은 독하다?” 피부과학회 "잘못된 편견 바로잡을 것"
“피부과 약은 독하다?” 피부과학회 "잘못된 편견 바로잡을 것"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1.12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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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두드러기·아토피·건선 등은 장기 복용 안 하면 더 큰 합병증 불러와
피부건강의 날 맞아 ‘피부과 약 바로 알기’ 캠페인···대국민 설문조사 실시

병원에서 피부과 약을 처방받아도 ‘피부과 약은 독하다’라는 인식 때문에 복용을 꺼리거나 거부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피부과 약이 다른 약들과 비교해 특별히 독하다는 증거는 없고 단지 ‘편견’일 뿐이다. 만성 두드러기, 아토피피부염, 건선과 같은 피부질환은 장기적인 약 복용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합병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

대한피부과학회(회장 박천욱)가 일반인들 사이에 만연된 피부과 약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학회는 ‘제18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우선 피부과 약 복용력이 있는 약 900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인식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부과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치료를 독려하고, 피부과 약에 대한 올바른 정보 및 복용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편견타파: 피부과 약 바로 알기’ 캠페인도 실시한다.

설문 조사 결과 약 79%는 ‘피부과 약은 독하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해당 인식에 대한 동의율 또한 56.1%로 많은 일반인들이 ‘피부과 약은 독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생기게 된 이유로는 직접적인 약에 대한 부작용 경험보다는 일반적인 통념이라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피부과 약이 독하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 나병으로 불리며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던 한센병의 치료를 피부과에서 담당하면서 피부과 약은 독할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인들에게 있었다. 더해 두피의 곰팡이 감염이나 발톱 무좀 치료제로 사용했던 항진균제가 일부 광과민증이나 간손상을 일으킨 적도 있어서 이런 부정적 인식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항진균제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으로 대체됐다.

설문 조사에서 의사가 피부과 약을 처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용을 거부하거나 중단한 경험이 약 26%로 조사됐고, 약 복용을 중단한 이유로 많은 응답자가 피부과 약의 장기 복용에 대한 부담감을 들었다.

피부과 질환에는 급성 두드러기처럼 수일 내에 빠르게 호전되는 질환도 있지만 만성 두드러기, 아토피피부염, 건선과 같이 장기적인 약 복용과 피부 관리가 필요한 질환도 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20%는 성인까지 병변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아토피피부염에서 관찰되는 피부 장벽 이상은 식품 알레르기, 천식과 같은 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만성 난치성 질환인 건선은 피부 발진뿐 아니라 관절염을 동반하기도 하며, 전신적인 염증으로 심혈관계 질환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병과 같은 대사 증후군의 발생 위험률을 높인다.

대한피부과학회 박천욱 회장<사진>은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바른 약 복용과 피부관리법으로 증상을 조절하면 피부 질환에 따른 이차적인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며 “피부 질환을 결코 단순 경증 질환으로 치부하거나 장기 복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피부과 약 복용을 스스로 거부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설문 조사에서 피부과 약을 복용한 환자 중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의 비율은 높지 않았다. 약 복용 후 부작용과 관련한 응답에서 약 85%의 응답자는 피부과 약 복용 후 질환이 호전되거나,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정작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의 비율은 14%로 그 수치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통념과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지역의약품안전센터(국립의료원)에 보고된 약물 부작용 건수 총 4,301건 중, 피부과 약의 부작용 건수는 43건으로 약 1%에 그쳤으며, 항생제에 의한 부작용 보고 440건에 비해,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주요 약물인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 보고 건은 21건에 불과했다.

피부과 약의 부작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피부과학회는 대표적인 부작용 내용을 바탕으로 피부과 약에 대한 ‘억울한’ 오해를 짚고자 나섰다.

우선 흔히 알려진 “피부과 약을 복용하면 속이 쓰리다”는 부작용에 대해 피부과학회는 “장 장애는 피부과 약에 특이적인 부작용이 아니며, 피부과에서 처방이 적은 소염 진통제의 가장 큰 부작용”이라며 “피부과 약 복용 환자들 중 노인들의 경우 다른 내과적 질환의 치료를 위한 약을 병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부과 약에 의한 특이한 증상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몸이 건조하고, 갈증이 생긴다, 잠이 많이 오고, 몸이 무겁다, 집중과 의욕이 떨어진다”라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피부과학회는 “피부과에서 두드러기나 소양증 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에 의한 증상으로 생각된다”며 “과거의 항히스타민제들은 간혹 이런 부작용을 유발했지만 최근 새롭게 개발된 약들은 졸음, 갈증 등의 부작용이 줄어들었으며 이러한 증상들은 약 복용을 중단하면 사라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히스타민제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수년을 매일 복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약“이라고 강조했다.

“피부과 약은 내성이 쉽게 생겨 복용하다 보면 효과가 없어진다.” 이같은 오해에 대해서도 피부과학회는 “약물의 내성은 항생제에 관련된 부작용”이라며 “항생제는 피부과에서 처방이 적은 약물이며, 최근에는 항생제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과 약을 복용하면 호르몬 변화를 주고, 중단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며, 살이 찐다는 부작용도 널리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부과학회는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에 관한 부작용으로 생각된다”며 “하지만 경구 스테로이드는 피부과뿐 아니라 모든 과에서 쓰이는 필수약물로 피부과 전문의의 판단에 따른 적절한 약제, 용량, 복용 기간의 선택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더해 “최근에는 경구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부과 약에 대한 오해는 피부과 전문의로부터의 정확한 처방과 올바른 정보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심지어 이번 설문 조사 응답자의 약 81%는 피부과 전문의 병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대한피부과학회, 피부과의사회에서는 피부과 전문의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피부과학회는 올바른 정보와 소통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유튜브 채널에선 대한피부과학회 산하 16개 학회 전문의가 여드름, 아토피피부염, 건선, 탈모 등 피부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박천욱 회장은 “이 채널과 캠페인을 통해 피부과 약에 대한 잘못된 다양한 선입견을 바로잡아 피부과 약이 피부질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한 약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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