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혈우병 치료 대세로 떠오른 ‘유지요법’ 급여 기준 확대 필요”
“혈우병 치료 대세로 떠오른 ‘유지요법’ 급여 기준 확대 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11.06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가톨릭대 최은진 교수, 혈우병 최신치료 간담회서 가이드라인 소개
현행 급여 기준으로 충분한 처방 힘들어···소아·성인 똑같은 용량도 문제

“엘록테이트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혈우병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급여 기준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사진>는 5일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의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사노피 젠자임이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A형 혈우병의 최신 치료 지견과 국내 치료 환경의 현재’를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엘록테이트는 지난 2014년 6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7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최초로 혈액응고인자 8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다. 국내에서 지난 6월에 처음 출시돼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혈우병A는 X염색체 변이로 인해 혈장 내의 응고인자 중 제8인자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출혈성질환으로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현재까지 최선의 치료법은 제8인자 유전자재조합 치료제를 주기적으로 투여해 출혈 빈도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혈우병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는 다케다샤이어의 애드베이트가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애드베이트의 지난해 상반기 처방액은 276억 원으로 2위인 그린진에프의 60억 원보다 4배 이상 높다.

이같은 시장 구도에서 사노피 젠자임이 ‘엘록테이트’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의 치료법은 이틀에 한 번씩 투약해야 했던 환자의 부담이 크고, 출혈이 시작되고 나서야 치료제를 주입할 수 있어 관리도 어려웠다.

반면, 엘록테이트는 반감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며 투약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이를 통해 치료 순응도를 향상시켜 높은 혈액응고인자 수치에 도달하게 되면 동일한 투여 일정으로 출혈 예방 효과가 커 관절 보호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임상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노피 젠자임에 따르면 엘록테이트의 반감기는 19시간으로, 기존의 표준 반감기 치료제 대비 최종 반감기를 1.5배 더 연장했다. 혈액응고인자 8인자에 Fc단백을 융합하여 체내에서 리소좀에 의한 엘록테이트(rFVIIIFc)의 가수분해 과정을 지연시켜 혈액응고인자 8인자(FVIII)의 반감기를 연장한 것이다.

특히 지난 8월 8년만에 개정이 이루어진 세계혈우연맹 혈우병 치료제 가이드라인에서 중증 혈우병 치료제 유지요법이 중증 혈우병 환자의 치료 원칙으로 자리 잡으며 ‘유지요법’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3세 이전 유지요법 시행은 근골격계 합병증과 관절 및 근육 출혈을 막기 위해 필요하고, 출혈 시에만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것은 더 이상 장기 치료 옵션으로 고려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표준 반감기 혈액응고인자 외에도 반감기가 연장된 혈액응고인자, 비인자 치료제 등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를 포함시켰다.

최은진 교수는 “장기적인 유지요법으로 투여 간격을 연장해도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모든 연령대의 환자에서 유지요법의 효과가 나타나 관절 건강도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이제 더 이상 출혈 시에만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것은 장기적 치료요법으로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급여 기준이 제한적으로 적용돼 충분한 용량의 처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엘록테이트를 일상적 예방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3~5일 간격으로 1회에 50 IU/kg, 용량은 25~65 IU/kg의 범위 내에서 환자의 임상반응에 기초해 결정토록 허가했다. 다만, 12세 미만의 소아에 대해서 투여 횟수를 증가시키거나 80 IU/kg까지 증량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심사평가원의 급여 기준은 소아나 성인이나 관계없이 1회 투여용량(1회분)을 20~25 IU/kg으로 명시하고 있다. 중등도(moderate) 이상 출혈의 경우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서 최대 30 IU/kg까지는 허용하고 있다. 적정량을 사용하려면 환자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은진 교수는 “유지요법을 시행하면서 용량이 부족하면 돌발출혈 가능성이 높아져 환자의 관절에 손상을 입으면 의료비용은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에서도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환자의 중증도, 신체 활동 정도 등 개인별 특성에 따라 투여 간격과 용량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 투여급여 기준에서 성인이나 소아나 똑같은 용량을 명시한 것은 임상연구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환자들이 새로운 진보된 치료옵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하려면 급여 기준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