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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빠른 진단이 관건인 녹내장···”AI로 조기진단 늘린다”
[인터뷰] 빠른 진단이 관건인 녹내장···”AI로 조기진단 늘린다”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9.17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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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준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 AI활용 통합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10년새 녹내장 환자 2배 증가했지만 초기증상 없어 자각 어려워
이원준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사진=한양대병원 홍보팀)
이원준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사진=한양대병원 홍보팀)

97만여명.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녹내장 환자 수다.

녹내장은 최근 10년간 환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안질환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40만1000명이었던 녹내장 환자는 지난해 97만9000명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녹내장은 사실상 완치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치료의 관건. 하지만 초기 증상이 없어 환자가 병을 자각하기 쉽지 않다. 

이원준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는 이처럼 병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시력을 잃는 환자를 줄이기 위해 통합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에 착수한 지 1년반 정도가 지난 상태로 예상 연구기간은 4년이다. 궁극적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녹내장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16일 한양대병원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Q. 통합 진단 소프트웨어에 대해 설명해달라

“녹내장 진단을 하기 위해 의사가 봐야 하는 많은 영상자료들을 한 번에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최종 진단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신경 사진 △OCT(빛간섭단층촬영, 눈의 각 신경층 두께를 촬영하는 것) 사진 △안저 촬영을 통한 흑백 사진 등 여러 검사를 거친 자료를 봐야한다. 그런데 어떤 자료에서는 녹내장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 반면, 다른 자료에서는 전혀 없다고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종합적으로 자료를 봐야 하는데, 흩어진 자료들을 보다 보면 간혹 환자들을 놓칠 수도 있다. 통합 진단 소프트웨어는 여러 이미지를 한 번에 볼 수 있고 분석도 해주어서 의사가 환자를 놓치지 않게 조언해준다.”

Q. 녹내장 치료는 조기 진단이 특히 중요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들이 눈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을 때면 거의 상당히 진행이 된 이후다. 환자에 따라 진행 속도도 다 다르다. 녹내장의 주요 원인은 안압이고 의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안압뿐인데, 약을 아무리 써도 안압이 안 떨어지는 환자도 있다. 약을 써도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이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하면서 꾸준히 진행 단계를 관찰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빠지면 약을 더 쓴다거나 수술을 하거나 하는 등 곧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Q. 소프트웨어 연구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소프트웨어를 이용했을 때의 진단력이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우선 광범위 OCT 영상에 집중하고 있다. 광범위 OCT가 제공해주는 이미지 데이터들을 컴퓨터에 입력해서 AI를 돌리는 방식으로 진단력을 테스트했더니 진단력이 높았다. 다만 아직 다른 장비들이 주는 사진을 합쳐서 AI에 돌리지는 못했다. 특허 출원은 완료했고 논문도 제출한 상황이다.”

Q. 연구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미지의 영역으로 알려진 녹내장의 기전에 대해 기초학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녹내장 치료 방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국내 400여 곳의 안과 기록을 통합해 통합의료센터 진단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앱으로 개발해 모바일 환경에 적용한다면 의료취약지역에서도 실용화 될 수 있을 것이다.”

Q. 연구를 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나

“(시신경 등) 영상 이미지를 외부로 갖고 갈 수 없다는 점이 불편했다. 모두 개인정보라서 외부로 가져가려면 비식별처리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연구에 함께 해주시는 공과대학 교수님들과 논의하려면 자료를 보낼 수 없으니 교수님들이 직접 오셔서 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다. 모든 AI 연구가 그렇지만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연구는 팀으로 많이 이뤄지는데, 이런 점들이 어려웠다.”

Q. 앞으로 또 해보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정말 소설이지만 (웃음), 신경과와 줄기세포 연구를 협업해서 망가진 눈을 살려본다든가 하는 연구도 해보고 싶다. 또 VR이나 AR을 이용해서 눈이 잘 안 보이는 환자가 기술의 도움으로 잘 볼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연구해보고 싶다. 진단에 대한 연구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이미 진단은 잘되고 있다. 앞으로는 진단을 넘어 치료와 재활을 위한 연구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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