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 검토 중이라는 중국산 백신, 믿을 수 있을까?
정부가 도입 검토 중이라는 중국산 백신, 믿을 수 있을까?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9.17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중국산 백신 도입 검토” 소식에 안전성 놓고 회의론 확산
화이자도 임상 중단하는데···전문가 “논문 등 학술적 검증 안 돼”

정부가 최근 해외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로 하면서 중국산 백신 또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측이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아직 학술지 등을 통해 검증이 되지 않은데다,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도 부작용 우려로 실험이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그 정도 규모의 임상 시험 과정에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정부 “중국산 백신 도입 여부 심도 있게 논의 중”

앞서 지난 15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에서 국내 인구의 약 60%에 해당하는 3000만 명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겠다면서 “전문가 및 관련 부처와 중국산 백신 도입 여부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전 세계에서 약 179개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며 이 중 임상시험에 돌입한 34개의 후보물질 중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물질은 9개인데 이 중 중국산도 4개가 포함됐다”며 “백신 생산국가나 제약회사보다는 과학적 근거를 고려해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과 유럽 등 이른바 ‘제약 선진국’들의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생산하는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가나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백신이라도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국내 도입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는 이날 권 부본부장이 언급한 ‘중국산 백신’ 가운데 시노팜이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국장은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백신 개발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이상반응이 굉장히 낮고 효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면 선구매할 수 있도록 중국과 외교 채널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임 국장이 언급한 백신은 중국의 국영 제약회사인 시노팜(國藥集團·중국의약집단)의 자회사인 ‘중국생물기술집단(CNBG)’이 개발 중인 백신인데, 현재 중국 정부와 언론은 이 백신이 매우 안전하고 효과도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최근 ‘중국생물기술집단’(CNBG)의 저우송 대변인이 중국 국영 라디오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수십만 명에게 CNBG가 개발한 백신 2종류를 접종한 결과, 부작용 사례와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시노팜의 백신 임상 3상에 자국민을 참가시킨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아직 임상 3상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감염 우려가 큰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해당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

◆ 글로벌 제약사도 임상서 부작용, 중국 측 “안전하다” 주장 믿을 수 있나

하지만 과연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화이자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조차도 최근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다가 부작용이 발견돼 중단됐다. 이런 마당에 당장 국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일방적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백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중국산 백신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자 각종 의사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는 중국산 백신을 믿을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수 제기되기 시작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A씨는 “평생 백신을 접종하고 감염병을 치료한 의사로서, 저는 이 중국산 백신을 믿을 수 없어 환자들에게 권할 수 없고 저와 제 가족도 맞을 수 없다. 그냥 화이자나 사노피 파스퇴르,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벡스가 개발한 백신을 맞겠다”고 말했다.

의사 B씨는 “수만 명에게 접종하고 부작용이나 감염사례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는 중국 측의 발표가 더 믿을 수 없다. 시노팜이 중국 국영제약회사라서 국내 도입에 중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며 국내 방역 당국의 발표에  정치적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사 C씨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속히 증가할 당시 중국 당국이 검사 양성자만 사망률에 포함시켜 수많은 환자들이 원인도 모른 채 화장당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백신 임상에서 부작용이 나타난 참가자들을 샘플 부적합으로 판단하고 연구에서 제외시켜 버린 경우도 중국 논문에서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 단 한 건의 문제도 없다는 주장이 되려 의구심 키워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

이처럼 의사들 사이에서 중국산 백신과 선행 연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노팜의 백신에 대한 학술적인 검증도 아직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고려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사진>는 “시노팜의 백신이 인구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나 언론을 통해서만 발표됐을 뿐 실제로 임상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이 발표된 적은 아직 없다”며 “최소한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하려면 랜싯(Lancet)이나 잉글랜드 저널같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학술저널을 통해 연구 결과 발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의구심이 나온다. 모더나의 백신은 RNA를, 이노비오와 제넥신의 DNA를,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기술로 지금까지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최신기술이 동원됐다. 반면, 시노팜이 개발 중인 백신은 이미 100여 년 전에 개발된 기술이라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시노팜의 불활성화 백신(死백신)은 바이러스를 키워 포르말린 등의 약품으로 세포를 불활성화(사멸시키는)하는 방식”이라며, “오래된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낙후된 기술은 아니고 세포를 죽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안전성도 어느 정도는 확보됐다고 추정할 수 있겠지만, 이런 한계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쓰이기에는 그 효과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의 부작용이나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중국 측 발표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맹물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수십만 명이 참가했다는 대규모 백신 임상 시험에서 부작용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며 “차라리 가벼운 통증이라도 앓고 난 후에 임상 참가자들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발표했다면 오히려 더 믿음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한 중국에서 백신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그 효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은 이미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3상 임상시험은 참가자 3만 명 중 절반은 백신을 투여하고, 나머지 절반은 위약을 투여한 뒤 3~4개월 뒤 예후를 비교, 평가하는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연구가 선행되지 않았다”며 “중국에도 의약품 생산 기술 수준이 높은 제약회사들이 있지만 기술 수준의 차이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사회적 갈등이 팽배한 시점에서 백신의 효과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무원의 발언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고 이로 인해 방역에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은 식약처의 평가를 거치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올 식약처의 평가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