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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당정이 밀어붙인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투쟁 끝 ‘원점 재논의’
거대 당정이 밀어붙인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투쟁 끝 ‘원점 재논의’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0.09.07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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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의료계 협의 없이 의대정원 4000명 증원 일방적 발표
‘젊은의사 단체행동’이 투쟁 불지펴···1차 총파업 3만명 몰려

이번에 의료계가 '4대악'으로 명명한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 투쟁은 결국 핵심 사안인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한 ‘원점 재논의’로 마무리됐다. 먼 길을 돌아온 끝에 결국 그간의 논의 과정을 허물고 의료계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애초 정부가 코로나19 대확산이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사전협의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자초한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4월 총선에서의 압승 후 정부와 여당은 거침없이 각종 정책을 추진해나갔다. 결국 지난 7월23일 당정은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간 400명씩 총 4000명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의협 등 의료계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

이후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추진 등을 ‘4대악(惡)’ 의료 정책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투쟁에 본격적인 불이 붙은 것은 지난 달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였다. 당시 1만명이 넘는 전공의, 의대생들이 집회 장소인 여의도광장 주변을 가득 메웠고, 이는 정부가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4대악 정책에 대해 젊은 의료인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가늠하게 해주었다.

1주일 뒤인 14일 의협 주최로 열린 제1차 전국의사 총파업에는 전국적으로 약 3만명이 몰리며 또다시 성황을 이뤘다.

투쟁에 불이 붙으면서 그동안 의료계와의 만남에 미온적이던 정부와의 협상에도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1차 총파업 직후인 지난 19일 최대집 의협 회장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만났다. 하지만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의사 출신 복지부 관계자가 대전협 임원에게 훈계조로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대전협은 21일부터 연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튼 것은 정세균 국무총리였다. 정 총리는 지난 23일과 24일 대전협 집행부와 의협 집행부를 잇따라 만나 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의협과 복지부가 다시 만나 본격적인 합의안을 논의하면서 제2차 총파업을 피할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왔지만 결국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의료계는 26일부터 사흘간 또다시 2차 총파업에 나섰다.

파업 와중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물밑 협상은 이어졌다. 특히 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최종 합의 직전까지 견해 차이를 좁히는 듯했지만 결국 결렬됐고, 복지부는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강공책으로 선회했다.

전공의 고발의 파장은 컸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이번 사태와 거리를 뒀던 대학 교수들이 전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 강행을 비판하고 전공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성명이 잇따랐고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30일 대전협은 대의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강경했던 정부가 다시금 협상 의지를 나타낸 것은 9월 1일로 예정됐던 의사 국가고시를 일단 1주일 연기하기로 하면서다. 1일 전대협은 전임의, 의대생들과 연대해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위원회’를 출범을 알리고, 다만 대화 창구는 의협의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로 단일화한다고 밝혔다.

결국 젊은의사 비대위가 참여한 범투위는 3일 대정부 협상을 위한 ‘단일안’을 마련했다고 밝혔고, 이를 토대로 정부, 국회와 협상에 나선 끝에 4일 합의문 서명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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