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전공의 반발에 장소 바꿔가며 서명식···합의문 타결 '막전막후'
전공의 반발에 장소 바꿔가며 서명식···합의문 타결 '막전막후'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9.05 0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합의에 최대집 회장 1시간 늦게 나타나자 "결렬 아니냐" 소문
박지현 "나도 모르는 사실"···복지부 합의장소에 전공의들 몰려와 항의
의-정 합의에 반발한 전공의들과 경찰이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대치 중이다.
의-정 합의에 반발한 전공의들과 경찰이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대치 중이다.

지난 달 7일 정부의 소위 4대악 의료정책 추진에 반대해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의 파업으로 불이 댕겨진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은 첫 파업 이후 28일 만에 의료계가 국회·정부와 합의문을 체결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번 대정부 투쟁을 사실상 주도했던 전공의들이 ‘패싱'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협상 타결은 또다른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가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국회 출입기자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날 서명식은 애초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이날 오전 8시30분으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최대집 의협 회장이 예정 시각을 넘겨서도 나타나지 않자 '결렬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결국 최대집 회장이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민주당사에 모습을 드러냈고, 서명식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계획대로 진행됐다. 

의료계가 전날 내부 단일안을 확정한 지 하루만에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의료계는 협상 타결에 대한 흥분 대신 또다른 흥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의 트윗이 발단이었다.  

박지현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 왔다. 회장이 패싱 당한 건지 거짓 보도자료를 뿌린 건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며 합의문 작성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박지원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과의 합의문 서명식에 박지현 회장이 가는지 안 가는지, 박 회장이 모르는 일이 왜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혼란 속에서도 합의문 서명식은 예정대로 끝났고, 최대집 회장은 서명식 직후 “(합의는) 조직 구조와 적법 절차를 걸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따라야한다”며 “(전공의들이) 파업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번 합의가 혹시 전공의 패싱이냐’고 한 기자의 질문에 최 회장은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여당과의 합의문 체결이 끝나자 이번엔 복지부가 이날 오전 11시에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의협과 합의문 서명식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정은 오후로 지연됐고, 오후 12시반쯤부터 서명식이 열리기로 한 24층 대회의실 앞에는 전공의들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4층 대회의실 앞 전공의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4층 대회의실 앞 전공의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그로부터 1시간쯤 지나자 회의실 앞 복도는 피켓을 든 전공의들로 가득 찼고, 마침내 오후 1시30분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엘리베이터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전공의들은 “졸속 합의 반대한다” “전공의와는 한 마디도 없이 합의 하느냐”면서 소리쳤다. 박능후 장관은 결국 회의실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퇴장했다.

최대집 회장 역시 전공의들의 항의를 받고 주차장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능후 장관이 등장하자 전공의들이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박능후 장관이 등장하자 전공의들이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결국 복지부는 서명식 장소를 정부 서울 청사로 변경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청사 앞까지 따라붙었지만 경찰이 청사 진입을 막았다. 이 때문에 청사 앞 인도에는 피켓을 든 전공의들이 50미터 가량 길게 늘어섰다. 

이처럼 전공의들의 반발에 자리를 옮겨가면서도 의료계와 정부간 합의문 서명식도 마무리됐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대한의사협회는 진료현장에 복귀하기로 했고 복지부는 의대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중단하고 코로나 안정화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의체를 통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도 “정말 많은 우여곡절과 의견차이 있었지만 특히 젊은 의사들이 문제 삼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국회를 포함해 복지부와 충분한 협의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은 상호 동의 하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간 의사들의 총파업, 업무 중단으로 인해 많은 환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협이 여당과 복지부를 잇따라 만나 협상을 타결짓고 진료현장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정작 현재 의료계 파업을 이끌고 있는 대전협의 박지현 회장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일단 단체행동을 유지하면서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박 회장은 "의협이 합의한 합의문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제가 부족하여, 그들을 막지 못했고 이용당했지만 제발 믿고 동요하지 말고 기다려주시기 바란다"면서 "젊은 의사를 패싱하고 합의문에 넣지 않은 내용은 어떠한 방법으로 감시하고 지켜낼 것인지 찾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