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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무기한 파업 첫날···묵묵히 1인 시위 나선 전공의들
전공의 무기한 파업 첫날···묵묵히 1인 시위 나선 전공의들
  • 권민지·홍미현·박승민 기자
  • 승인 2020.08.21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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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4년차·인턴 파업 돌입···9개 대학병원서 릴레이 시위
일선 병원은 입원·수술 일정 조정, 정부-여당은 "강경 대응" 시사
"들어주세요"···오늘 오후 1시 건대입구 2번 출구 앞에선 전공의.
"들어주세요"···21일 한 전공의가 유동인구가 많은 건대입구 2번 출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오후 1시 건대입구 2번 출구 앞. 한껏 뜨거워진 한낮의 태양 아래 한 남자가 묵묵히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오늘부터 전공의 파업에 참여하게 된 건대병원 전공의 A씨다. 기자가 “사진 촬영해도 되느냐”며 명함을 건넸지만, A씨는 양 손에 든 피켓을 더 꽉 움켜쥐었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A씨가 소속된 건대병원 전공의 200여명을 포함해 전국의 인턴과 4년차 전공의들이 21일부터 단계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전국 9개 대학병원에서는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돌입한 전공의들이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에 나선 병원은 △서울/경기권 건국대병원, 아주대병원 △전북권 전북대병원 △대전/충청권 충남대병원, 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충북대병원 △대구/경북권 경상대병원 △부울경 부산대병원 등이다. 

전공의 파업 첫 날, 각 병원들은 인턴과 4년차 전공의가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한층 더 바삐 움직였다. 일단 환자들의 급하지 않은 입원이나 수술을 최대한 미루는 등의 방식으로 업무가 몰리지 않도록 배분했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급한 수술이 아니면 연기하는 식으로 과별로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 있다”며 “병동 같은 경우 교수님들이 직접 커버한다고 해도 수술하는 과들은 전공의 어시스트가 있어야 해서 수술 과들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파업이 무기한인 만큼)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병원에서) 파업 기간 동안 비상시에 대비해 CPR(심폐소생술) 인력팀을 늘렸고, 교수님들이 야간 당직을 서게 되는 등 난리인 상황”이라며 “입원예정 환자들에게 미리 연락해서 병상 가동률을 줄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부 병원은 전공의 부족을 감안해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입원 일정을 늦춰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삼성병원 관계자는 “내과계의 경우 당일 입원 환자 중 일부 환자들에게 입원 연기를 요청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일(22일)부터는 상황이 악화되면 내과계 일부는 신규 입원환자의 입원이 중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외래진료와 수술 등을 아직까지는 기존과 같이 진행하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의 경우 전공의들이 25일까지 오전 오후로 나눠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 두 병원도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외래와 수술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판단,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이번 전공의들의 단체 행동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외래와 수술은 기존대로 운영하고 있고, 수술의 경우 교수진과 임상강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업의 장기화되면 교수, 임상강사, 간호사들로만 외래와 수술 등을 진행하기 어려운 만큼 상황을 주시하며 대책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형병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이 현장을 비우면서 남아있는 의료진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간호사 B씨는 “간호사들만 출근하고 의사가 없는 병원에서 무슨 치료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은 파업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의 대화는 요원한 모양새다. 

김강립 중앙재난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휴업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 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지금 상황에서의 파업은 전혀 온당치 않다”며 “파업을 결행한다면 정부는 어떤 타협 없이 강력하게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대화보다는 법적 제재 등을 통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대전협의 로드맵에 따라 22일부터는 전공의 3년차가 추가로 파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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