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앞두고 날아든 행정명령···법률전문가에게 물어보니
파업 앞두고 날아든 행정명령···법률전문가에게 물어보니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8.13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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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의료기관에 발송한 행정명령, 위반시 업무정지 처분 가능
과거 파업 때도 "행정명령 송달이 적법하게 이뤄졌느냐"가 주요 쟁점
전문가들 "(명령이) 도달하지 않으면 문제 없어"···등기반송 등 유효
지난 7일 여의도에 집결한 전공의들.(사진=뉴스1)
지난 7일 여의도에 집결한 전공의들.(사진=뉴스1)

정부가 14일 의료계 총파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의료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상황에 따라 벌금은 물론, 15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어 개원가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엄포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00년과 2014년 두 차례의 파업 때도 관련자들이 행정명령 위반 등과 관련해 형사고발됐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법률 자문을 통해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응하는 방법을 자체적으로 배포하고 회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행정명령에 적법하게 맞서는 이같은 방식엔 정말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박능후 "피해 예상시 업무개시명령 발동토록 조치"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대전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잇따라 파업에 동참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정비율 이상 휴진률이 높아지면 의료법에 근거해 업무개시 명령 등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지역 의료기관에 진료명령과 휴진명령 등을 기재한 행정조치 명령 문서를 등기우편이나 팩스 등으로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총파업과 관련해 13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일부 지역별로 휴진하는 의료기관이 많아,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는 해당 지역의 보건소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이번 파업에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대응방식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과거 의료계 총파업 때부터 정부는 파업을 앞두고 행정명령을 발동해 추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계자들을 형사 고발하곤 했다. 

◆행정명령 '도달' 여부가 중요

의협은 정부의 행정명령 발동과 관련해 (행정명령 내용이 적힌) 등기우편물의 경우 즉시 반송하고, 등기가 아닌 경우엔 반송함에 넣어 공식적인 고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만약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14일 휴진 여부를 문의할 경우엔 개인 일정이라 말할 수 없다고 하고, 만약 확인서 등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 지역의사회와 논의하겠다고 한 뒤 재방문을 요청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부당한 영향력’이 없는 파업을 하고 행정명령이 ‘도달’되지 않았다면 법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보건복지부는 총파업이 끝난 뒤 당시 의협 집행부 9인을 의료법과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중 의료법 위반 항목이 바로 정부의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데 근거를 뒀다. 

의료법 59조 2항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어 3항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행정명령 미이행의 위법성을 따지는 쟁점 중 하나가 바로 명령 송달의 '적법성’이다. 정부의 행정명령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되려면, 우선 해당 행정명령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명령을 이행해야할 당사자에게 ‘도달’됐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성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는 “송달이 적법하게 되려면 A의 입에서 B의 귀로 가야한다”며 “명령 발령자와 수범자가 ‘명시’돼 있어야 명령이 송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주체가 명시된 상태에서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는 주체(의료인 혹은 의료기관)가 특정돼야 행정명령의 전달 과정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前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도 “행정명령은 도달해야만 효과가 발생한다”며 “도달되지 않았다면 명령의 효력이 발생되지 않아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도 발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행정명령 등기 등을 열어보지 않았다면 명령 발령자인 A에서 수범자인 B에게 명령이 전달되는 과정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9월 29일 대법원 선고에서 형사기소된 의협 집행부 9인 중 일부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집행부였던 김재정 의협 회장과 한광수 부회장은 징역형, 이철민·배창환·홍성주·사승언 의권쟁취투쟁위 집행위원에게는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신상진 의쟁투위원장·최덕종 의쟁투부위원장·박현승 의쟁투 정책실장에 대해선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2심을 파기환송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전문 변호사 A씨는 “행정명령 송달이 적법하게 이뤄졌느냐가 쟁점이 됐다”며 “행정명령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송달되지 않았고, 해당 명령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서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열어보면 송달로 인정 가능

다만 전성훈 이사는 “본인은 ‘열어보지 않았다’고 항변해도 본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다른 직원이 송달받아 송달된 것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판례에서 법원은 ‘본인 영향력의 지배 하에 있는 영역(병원)에 소속된 직원인 간호조무사가 받았으니, ’열어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며 “의협 가이드라인대로 수령 자체를 안 하고 돌려보내면 그런 여지도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대법원이 파업을 이끈 의료계 관계자들을 유죄로 판단한 주요 근거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관한 부분이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의협이 (2000년) 당시 집단 휴업을 결의하고 의사들에게 강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자유영역에 속하는 휴업 여부 판단에 사업자단체가 간섭한 것이고, 결국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26조 1항 3호의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 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같은 유죄 판단의 쟁점은 그로부터 14년 뒤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및 영리병원 설립 추진에 반대해 벌인 파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협 집행부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이번엔 파업 당시 집행부였던 노환규 의협 회장과 방상혁 의협 기획이사가 올해 3월에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의협과 피고인들이 의사들에게 휴업에 참여하라고 직접적으로 가용하거나,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의 불이익을 고지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며 “휴업은 사업자 각자의 판단에 맡긴 것으로 보여 사업내용 또는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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