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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이름으로 의기투합···첩약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대위 출범
'과학'의 이름으로 의기투합···첩약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대위 출범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7.17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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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약사회 등 7개 전문가단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출범 기자회견
"과학적 검증·급여화 원칙 무시, 국민건강 위협"···시범사업 중단 촉구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에 반대하기 위해 의료계와 약계가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의약 전문가로서 과학적 검증 없이 이뤄지는 첩약 급여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학회, 대한약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대의전원협회 등 7개 전문가단체는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적극 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과학적 검증과 급여화 원칙이 무시된 첩약 급여화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시범사업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범대위는 먼저 첩약 급여화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물론, 정책 추진과 관련된 정부·국회 관계자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입자단체·공익위원측 관계자들을 만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해나갈 계획이다.

범대위는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에게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범대위 운영위원을 맡은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 병원계, 의학계, 약업계가 첩약 급여화의 문제점에 대해 '보건의료 직역 간 이견이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과학적 검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급여화에 대한 원칙도 무시된 첩약 급여화에 반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첩약 급여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거론했다.

김 이사는 “정부가 한방 첩약의 효과와 안전에 대한 공인된 검증이나 확인 없이 단지 '과거부터 오랫동안 사용해와 안전성과 유효성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한의계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첩약 급여화에 앞서, 첩약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한약의 처방과 원료·제조법의 표준화가 필요하고, 이후 품질과 규격을 전제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과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범대위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김대하 이사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따르면,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대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한방 첩약에 어떤 의료적 중대성이 있는지, 첩약 아니면 치료할 방법이 없는 질환이 존재하는 것인지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 역시 “한의학계에서도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첩약급여라는 엉뚱한 결정을 통해 의료계와 한의계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닌, 한의학의 근거 개발 연구를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임 회장은 “첩약 급여화에 앞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 대한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첩약 급여화가 ‘과학 기반의 정책 붕괴’와 ‘국민 혈세 낭비’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은 “시대 변화에 따라 국민들이 과학적·합리적인 사고를 생활 속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 책임인데도 정부가 이를 망각하고 있다”며 “정부는 그동안 한약에 대한 근거와 결과도 모르는 한방연구사업에 매년 1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는데, 이는 국민 혈세의 낭비”라고 꼬집었다.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도 "2019년 4월 이후 한약의 유효성이나 안전성과 관련해 회수·폐기되는 약제가 많다"며 "첩약 급여화는 과학 기반의 정책을 흔드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의학한림원 유승흠 전 회장 역시 “한의학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의 근거가 마련된 이후 첩약 급여화를 한다면 아무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시범사업 시행에 앞서 근거와 자료를 충분히 갖춰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첩약 급여화 제도 시행에 앞서 의학과 한의학의 ‘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한의학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첩약 급여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의학과 한의학을 영원히 이원화시킨다는 점이 염려된다”며 첩약 급여화 시행의 선결조건과 과제로 의학과 한의학의 통합을 제시했다. 의학과 한의학의 학문적인 협력이 가능해야 상호발전적인 미래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학회 김건상 전 회장 역시 “첩약급여 대상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많은 현 상황에서 정부가 급여화 추진은 후진적 발상으로, 의약품 급여대상 기준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한의학을 온전한 의학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의약계는 ‘국민 건강’을 우선시하는 올바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방상혁 의협 부회장은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첩약 급여화는 꼭 필요한 필수의료 대상 환자들에게 쓰일 시술과 약제의 보험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로 정작 의료혜택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국민을 마루타로 생각해 정책을 펼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남궁성은 의학한림원 전 회장도 “한의학의 가장 큰 문제는 통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 중심’ 의학이 아니라는 것으로,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에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첩약 급여화 사업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 제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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