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해외 국민 희생양 삼는 원격의료 확대 중단하라"
의협 "해외 국민 희생양 삼는 원격의료 확대 중단하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6.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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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번엔 재외국민에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시행 허가해 줘
자칫 외교·통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조급증이 빚어낸 참사"

정부가 이번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또다시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란을 촉발시켰다. 의료계는 이번에도 의료계를 배제한 채 이뤄진 이같은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2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의료인과 환자 간 대면진료의 기반과 국민의 건강권을 저버리면서 규제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몽상적 효과만을 앞세운 무분별한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확대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2년간의 임시허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시허가의 주요 내용은 국내 의료기관이 전화‧화상 등을 통해 재외국민에게 의료상담‧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 요청 시 처방전을 발급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재외동포나 해외에 있는 국민의 건강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국가가 최선을 다해 보장해야 한다”며 “방법은 외교를 통한 외국과의 상호협조를 통해 실질적인 치료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이어야지, 본질과 동떨어진 원격의료 방식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혼선을 빚거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특히 “국내 의사가 해외에 있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하더라도 외국에서 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 받거나 처치를 받을 수 없다”며 “해당 국가의 우리나라 의사면허에 대한 인정 여부, 원격 의료에 대한 인정 여부, 보험제도와 보장 범위, 지불 방법, 의료행위의 책임소재 등 수 많은 법적인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칫 외교 및 통상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의협은 "한 마디로 실효성이 없는 면피용 정책이며 표면적 성과물에 집착하는 당국자의 조급증이 빚어낸 웃지 못할 참사”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정말 원격의료가 그토록 중요하고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라면 애꿎은 해외국민을 희생양 삼을 것이 아니라 담대하고 당당하게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점과 의문에 답변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무모한 정책 실험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위한 원격의료’를 즉각 중단하라!

대한의사협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의료인과 환자 간 대면진료의 기반과 국민의 건강권을 저버리면서 규제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몽상적 효과만을 앞세운 무분별한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확대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공익적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한 기존 규제에 대한 특례(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특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이라는 기본적 가치 보다 산업적‧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늘 규제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재외국민에게 진료, 상담 및 처방을 하는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임시허가의 내용은 국내 의료기관이 전화‧화상 등을 통해 재외국민에게 의료상담‧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 요청 시 처방전을 발급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제한적이고 임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의료인-환자 간 전화 상담‧처방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검증도 없이 정책의 실험장을 재외국민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은 주객전도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의료인-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제한적인 소통과 근본적 한계로 인하여 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 적이 없다. 또, 이러한 원격의료는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과 산업계의 경쟁을 촉발하고 불필요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그 허용 형태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영리추구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의료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거기다가 경증 환자를 놓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을 벌이는, 그야말로 무질서 그 자체인 의료전달체계 아래에서 원격의료의 허용은 동네의원의 몰락과 기초 의료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치명타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재외동포나 해외에 있는 국민의 건강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국가가 최선을 다하여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외교를 통한 외국과의 상호협조를 통해 실질적인 치료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본질과 동떨어진 원격의료 방식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혼선을 빚거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는 증상만으로 다른 감염성 질환과 구분이 불가하고 의심이 된다면 가능한 빨리 확진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인데 증상을 확인하는 정도의 원격 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조기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국내 의사가 해외에 있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하더라도 외국에서 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 받거나 처치를 받을 수 없다. 해당 국가의 우리나라 의사면허에 대한 인정 여부, 원격 의료에 대한 인정 여부, 보험제도와 보장 범위, 지불 방법, 의료행위의 책임소재 등 수 많은 법적인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외국의 약사나 의료기관이 우리나라 의사가 해외에서 발급한 처방전에 따라 조제, 처치해줄 의무가 없다. 입장을 바꿔놓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자국 의사에게 받은 처방전을 가져와 우리나라 약국이나 병원에 와서 치료를 요구한다고 해서 이를 시행해줄 곳이 있겠는가. 한 마디로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오히려 해당 국가의 법률 위반 문제를 야기해 외교 및 통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수많은 문제를 정부라고 해서 모를 리 없다. 결국 오늘 발표된 재외국민에 대한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임시허가는 한 마디로 실효성이 없는 면피용 정책이며 표면적 성과물에 집착하는 당국자의 조급증이 빚어낸 웃지 못할 참사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제도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외면한채, 엉뚱하게 그 대상을 해외국민에 확대하는 정부의 무모한 정책 실험에 대한 즉각적 중단을 촉구한다. 이는 해외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증되지 않는 위협 속으로 모는 처사다. 정부가 이렇게 까지 ‘원격의료를 위한 원격의료’에 목을 매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원격의료가 그토록 중요하고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라면 애꿎은 해외국민을 희생양 삼을 것이 아니라 담대하고 당당하게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점과 의문에 답변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2020. 6. 25.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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