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낙태 중 살아있던 아기 숨지게 한 의사, 사무장병원에서 일했다
[단독] 낙태 중 살아있던 아기 숨지게 한 의사, 사무장병원에서 일했다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6.1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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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주 태아 낙태 도중 울음소리 듣고도 죽게 해 1심서 징역 3년6개월형
원장 A씨, 항소심 공판서 "사무장병원서 월평균 1800만원 받았다" 답변
낙태 건당 100만원 지급, 해당 병원 '30주 낙태' 광고 혐의도···A씨 "몰랐다"

34주가 된 태아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낙태를 진행해 신생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산부인과 의사가 사무장 병원에서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의사는 항소심 공판에서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6일 살인죄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받은 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 2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3월 낙태 수술 진행 중에 아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아기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태아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낙태 시술에 참여했던 간호조무사 등이 일관되게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A씨의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A씨가 사무장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은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리 과정에서 밝혀졌다. 

재판부는 “진료기록부 마취기록지에는 임신 33주 2일, 아기의 심장이 좋지 않다고 기재돼있고, 수술 후 전담의는 아기가 뱃속에서 사산됐다고 기재했다”며 “허위로 작성된 허위진료기록부가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근무하던 병원이 '사무장병원'이어서 3월말에 병원 문을 닫아 사후에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허위로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며 “마취선생님한테 사산됐다고 전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해당 병원에서 원장으로 근무했던 피고인 A씨가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었고, 병원 행정실장 B씨가 사실상 병원을 개설한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심리했다. A씨가 낙태 수술을 진행할 당시 근무하던 병원은 사실상 B씨가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이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검사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별건 공소장을 증거로 신청했다. 재판장은 “A씨와 B씨가 공모해 사무장 병원을 개설하고 적법하게 개설된 병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명목으로 3억30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는 별건 공소장 내용을 증거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재판부는 A씨에 “병원을 실제 운영한 것이 아니라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는 B씨로부터 급여를 받은 것이 맞냐”면서 “급여와 낙태 수술을 함에 따라 인센티브는 얼마나 받았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급여는 평균적으로 월 1800만원 정도를 받았다”며 “낙태 수술을 하면 100만원 정도 추가로 받았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B씨가 ‘30주 낙태’라는 광고를 했다는 것”이라며 “낙태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가 광고를 보고 온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A씨는 “광고로 환자를 모집하는 것은 알았지만 환자들이 광고를 보고 왔는지는 몰랐고 관심을 둘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前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통계로 확인돼 오던 사무장병원의 과잉진료 등 문제가 이번 사례를 통해 또 다시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무장병원이 아니라면 (태아의)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다른 측면으로도 조명 받을 필요가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다음 3차 공판은 다음달 16일에 열린다. 다음 공판에서는 산모의 어머니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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