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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의가 원장 명의로 처방전 발행···면허정지 처분, 타당할까?
대진의가 원장 명의로 처방전 발행···면허정지 처분, 타당할까?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6.03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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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환자 안보고 처방전 발행된 것만으로 처분 대상", 자격정지 1개월
法 "발행 인지하지 못했고, 발급 지시나 묵인 없었다면 의료법 위반 아냐"

대진의가 환자를 진료하고 발행한 처방전이 자신의 명의로 발행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의원 원장에 대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자신의 의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가 보건복지부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부당하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3일 밝혔다. 

대진의를 고용해 의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구 의료법 17조1항, 66조1항10호에 근거해 1개월간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15년 A씨의 의원에서 대진의 B, C씨가 실제로 환자를 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은 A씨의 이름으로 발행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구 의료법 17조에 따르면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A씨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처방전만 발행한 셈이니 해당 조항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면허정지 처분에 불복하고 2016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2018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A씨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자 A씨는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A씨는 “구 의료법 17조1항과 66조1항은 의사 개인에게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나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며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할 것을 지시하거나 알면서도 묵인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이 발행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의나 책임을 돌릴 만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한 사실만으로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환자들을 직접 진찰하지 않았음에도 원고 명의의 처방전이 작성·교부됐으므로 처분사유는 명백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는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양측의 주장을 놓고 1심 법원인 행정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의원의 운영자로서 (처방전 관리에 대한) 관리 소홀의 부주의가 있었을 수 있으나 처방전에 본인 명의가 사용된다는 인식을 하거나 이를 용인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구 의료법 17조1항을 위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이전에 60여 명의 대진의를 사용했다”면서 “당시에는 각 대진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했다”고 밝혔다. “C씨 이전에 대진의를 사용했을 때에도 정상적으로 대진의 명의의 처방전이 발급돼 온 것으로 보아, A씨가 C씨에 대해서만 처방전 명의를 변경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C씨가 A씨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한다고 해도 A씨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점에 비추어보면 A씨가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구 의료법 66조1항에 따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의료기관’의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제재”라며 “(이번 사건처럼) ‘의료인’, 병원장으로서 대진의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는 이유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A씨가 본인 명의로 처방전이 교부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봤다. 서울고등법원은 “A씨 명의의 처방전 교부를 A씨가 인식하거나 용인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1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다”며 “구 의료법 66조1항의 대상은 의료기관이 아니라 의료인이므로 A씨의 인식 내지 용인 없이 구 의료법 17조 1항의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1심의 법리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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