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강원도 원격의료 사업, 이번에도 참여 의료기관 적어 난항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강원도 원격의료 사업, 이번에도 참여 의료기관 적어 난항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6.01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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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실증사업 참여 예정기관 8곳 취재결과 6곳은 '참여 안해'
해당 부서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라 이해해달라"며 강행 입장

최근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강원도 지역 원격의료 실증사업이 이번에도 애초 참여하기로 했던 의료기관 다수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애초 8곳의 의료기관이 이번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 밝혔지만 취재 결과 이중 6곳이 참여 의사를 번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벤처부와 강원도는 지난 달 27일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사업’ 가운데 주요사업인 ‘비대면 의료 실증사업’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애초 원격의료를 담당하는 1차 의료기관의 참여 부족으로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지난 14일 중기부는 "1차 의료기관 7곳의 추가 참여로 계획대로 5월 말부터 본격적인 실증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비대면 의료 실증’ 사업에는 원주의료복지사회적 협동조합, 상지푸른의원, 안정효 내과의원, 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우리안과의원, 한림의원, 서울의원, 한사랑의원 등 모두 8곳이 참여하기로 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이들 의료기관은 강원도 내 격오지에 거주하는 당뇨와 고혈압 재진환자 30명 내외를 우선 대상으로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헬스케어기기(당뇨·혈압 측정 의료기기)를 제공한다. 환자들은 앱(APP)을 통해 매일 자신의 혈당과 혈압수치 정보를 원격지에 있는 담당의사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의사신문이 중기부가 발표한 실증사업 참여기관 8곳을 취재한 결과 6곳은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두 곳 중 한 곳도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도바이오헬스산업측은 8곳의 의료기관 중 단 한 군데도 실증사업 참여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참여 의료기관이 단 한 곳에 불과하더라도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바이오헬스산업 관계자는 “이번 비대면 의료실증사업 참여 의료기관 중 단 한 군데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를 해온 곳은 없었다”며 “일부 언론에 보도에 따른 '한 두곳의 의료기관 참여로 사업에 진척이 있겠냐'는 우려도 있지만, 소규모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계획 내용을 보더라도 실증 대상이 '당뇨 및 고혈압 환자 각 200여 명'으로 되어 있어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사업 진행 중 참여하려는 의료기관이 있을 경우 추가하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향후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이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가 사업 당사자인 의료계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강원도의사회는 전 회원들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강석태 강원도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원격의료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 회장에 따르면 강원도의사회는 강원 규제자유특구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강원도와 주기적으로 논의하면서 '원격진료는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원격 모니터링 모델을 가져오면 대한의사협회와 검토해 진행해보자'는 의견도 오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더 이상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는데 최근 중기부가 돌연 원격의료 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추진할 때면 항상 말로는 '의료계와 협의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막상 시행 단계에 이르러 의료계를 배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 회장은 "당장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은데도 정부가 원격진료 제도화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중기부가 실증사업의 디테일한 운영방안에 대해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며 "발표에서는 ‘모니터링’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내용은 모니터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환자들의 의료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원격진료"라면서 "강원도 전 회원에게 강원 규제자유특구 비대면 의료 실증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문제점 등의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보낼 예정이다.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참여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원격의료에 대해 이전처럼 수세적인 입장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실증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의 A원장은 "의료계가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언젠가는 원격의료가 도입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A원장은 "비대면 실증사업을 복지부와 의협이 아닌 중기부에서 한다는 것은 ‘산업화’를 위한 목적이 크다"며 "의료계가 먼저 나서서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기부는 이번 실증 사업을 통해 의료정보 수집 시스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뒤 1차 의료기관들이 수집한 정보를 비대면·대면진료에 활용하는 한편, 의사와 환자 간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축적된 결과를 비대면 의료 정책수립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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