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시에 심장질환아 낳은 간호사 4명에 '업무상 재해' 인정
대법, 동시에 심장질환아 낳은 간호사 4명에 '업무상 재해' 인정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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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병원서 한해에 임신, 심장질환아 출산···근로공단, 산재 인정 안해
大法 “모체와 태아는 ‘한 몸···태아의 건강 손상은 업무상 재해로 봐야”

같은 병원에 근무하며 비슷한 시기에 임신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낳은 간호사들에 대해 대법원이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요양급여지급 거부 처분은 적법하다”라고 본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지난 2009년 제주도 소재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원고 4명은 비슷한 시기에 임신해 다음 해에 각각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은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고, 간호사 4명 중 3명이 모두 임신 4주차에 유산 증후를 겪었다. 원고들 이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간호사가 11명 더 있었지만 이들 가운데 6명만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나머지 5명은 유산했다. 

이에 원고들은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임신 초기에 유해한 근무 환경에 노출된 탓에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제주지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 등을 의미한다”며 “원고들의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원고들은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태아는 '모체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며 요양급여를 재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 사건은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원고들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관해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며 요양급여 지급거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두 가지 이유에서 원고들이 요양급여 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원고들 ‘본인의 질병’이 아니고 출산아와 ‘별도의 인격체’인 원고들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관련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자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한 몸’”이라며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다면, 여성 근로자는 출산한 자녀의 치료 등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거나 또는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에 관해 여성 근로자에게 그에 따른 경제적 책임과 정신적 고통까지 전가하는 부당한 결과”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산재보험제도는 업무상 재해라는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며 최종적으로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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