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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입원 1000여명···무엇이 이들을 잡아두나
코로나19 장기입원 1000여명···무엇이 이들을 잡아두나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4.1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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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준 격리환자 2873명 중 37%가 입원기간 4주 초과
충북 완치자 평균 치료기간 19일, 메르스보다 평균 1주 길어
전문가 "면역체계와 바이러스가 균형 이루는 게 코로나 특징"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동안 두 자릿수를 유지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통상 확진자도 2주 정도면 완치될 것이란 애초 전망과 달리 상당수 확진자가 완치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13일 질병관리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격리환자 2873명 중 입원 기간 4주를 초과한 경우가 37%에 이르는 1000여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체 확진자의 3분의 1 이상이 4주가 넘도록 완치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장기 입원환자 관리가 코로나 사태 종식을 위한 또다른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장기입원 환자로 인한 재정적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기입원 환자들은 중증도에 따라 중환자실, 일반 병실, 생활치료센터 등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음압병실을 이용하는 중환자의 경우 하루 이용료가 65만원에 달한다. 한 달간 입원할 경우 입원비만 약 2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현재 최장기 입원환자인 31번 환자의 경우 입원비가 최소 30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오후 2시 기준 전국의 중증 이상 확진자는 66명으로 집계됐다. 

◆최장기 입원은···코로나 31번 57일(14일 현재) vs 메르스 80번 135일

아직 사태가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기간은 과거 메르스보다 더 긴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가 거의 끝나가던 6월 중순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메르스 완치자의 평균 치료일수는 11.9일이었다. 이에 비해 코로나 평균 치료일수 통계로는 이달 초 충청북도에서 발표한 통계가 유일한데, 충북 완치자 25명의 평균 치료기간은 ’19.08일’로 집계됐다. 이는 확진일과 퇴원일을 모두 더한 일수로, 코로나가 7.18일 더 길다.

염호기 인제대학교 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는 “초기에 우리가 경증인 경우 2주(14일)면 완치된다고 예측했던 것보다 바이러스가 더 오래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의 입원 기간이 50일을 넘어서면서 최장 입원환자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장기 입원환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장기 입원환자가 1000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135일간 입원하며 최장기 입원자가 됐던 '메르스 80번 환자'보다 오래 입원하는 환자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염호기 교수는 “바이러스 양이 확 많아져서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면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코로나 환자의 경우는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면서 “이러한 추세를 볼 때 메르스 때처럼, 지금 31번 확진자(57일, 14일 기준)보다 훨씬 더 오래 입원하는 환자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상 장기입원자 양산되는 듯

이처럼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이 장기화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의 특징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염호기 인제대학교 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는 “장기입원자들 중 증상이 거의 없는 채로 양성 결과만 나오는 환자들이 많다”며 “30일 이상 입원하는 장기입원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균형을 이루는 환자들이 발생한 것인데, 이렇게 면역체계와 밸런스(balance)를 이루는 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또 “바이러스 유무와 환자의 증상이 ‘일대일’로 매치되지 않는 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환자는 면역상태, 기저질환 여부 등에 따라 무증상자부터 중증환자, 사망자까지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장기입원자 역시 이러한 다양한 양상 가운데 한 가지 케이스로, 면역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환자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코로나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도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대구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2주 째 진료를 보고 있는 김현지 내과 전문의(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중환자실 장기입원환자들의 경우 고령이거나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많아 기본적으로 심장이나 폐가 안 좋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반응이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김 전문의는 또 “에크모와 인공호흡기 등 기계호흡기를 달고 있으면 병원성 폐렴에 걸리기 쉽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스트레스 유발성 심근병증, 스트레스성 궤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결국 치료율도 떨어지고 면역도 약해져 바이러스가 잘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 환자 치료의 거점 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의 경우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16명 중 절반 정도는 중환자실에만 2주 이상 입원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이상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진단키트의 민감도가 너무 높아서 극소량의 바이러스까지 양성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입원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단키트의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괜한 논란만 키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치료제 사용 필요···장기입원환자 퇴원 후 별도 관리지침 마련해야

이처럼 늘어나는 장기입원자들의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치료법 이외의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해볼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기존 치료제를 중심으로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임상이 진행 중인 만큼, 이렇게 검증이 된 치료제를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염호기 교수는 “렘데시비르는 임상에 들어갔고 에이즈치료제 역시 에이즈가 코로나와 같은 RNA 바이러스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는 치료제들이 많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입원자들을 퇴원 직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환자보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더 오랫동안 머물렀던 만큼, 격리 해제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장기입원자들만을 위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격리 지침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병원 별로 자체 지침을 만들어 퇴원하는 장기입원환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염호기 교수는 “격리해제 이후 양성 확진을 받는 환자도 많으므로 장기입원자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후속조치(추가 격리) 기간을 2주 정도로 여유 있게 잡아서 퇴원 이후 추가적인 자가 격리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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