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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양성' 100명 육박···왜 또 걸렸나 봤더니
코로나19 '재양성' 100명 육박···왜 또 걸렸나 봤더니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4.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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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오류, 바이러스양 부족 등 이유 다양하지만 '재활성화'가 대부분
재활성화, 몸 안에 바이러스 남아···사멸 후 다시 감염되는 ‘재감염’과 달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0일 현재 코로나에 걸렸다가 격리해제된 후 ‘재(再)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수가 모두 91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날까지 전체 확진자 1만450명의 0.9% 수준이다. 드물긴 하지만 100명 중 1명 정도는 격리해제 이후에도 완치를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보건당국도 관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음성 착시' 일으키는 '재활성화'···활성 정도 약해진 바이러스 탓

이처럼 종종 재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가장 큰 가능성으로 ‘재활성화’를 꼽는다.

재활성화는 말 그대로 바이러스가 다시(再) '활성화'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非)활성화 됐던 것이 아니라 활성 정도가 몹시 약해졌다가 다시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단 검사를 받은 시점에는 바이러스가 측정 수준 미만으로 떨어져 진단 키트에 측정이 안 됐다가,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다시 바이러스가 늘어나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염호기 인제대학교 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몸이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의 바이러스가 몸 안에 있을 때는 '디텍트(detect)'되지 않다가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하면 바이러스가 늘어나 다시 양성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양성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재활성화를 가장 높은 가능성으로 꼽지만 다른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고 말한다. 

김봉영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양성 원인으로 재활성화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아직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진단 과정의 문제이거나 위(僞)음성이 나온 경우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염호기 교수는 “진단 시 바이러스 양의 문제일 수도 있다”며 “콧속과 객담, 상기도, 하기도에서 하나라도 양성이 나오면 양성으로 판정하기 때문에, 둘 다 음성이 나올 만큼 바이러스 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재활성화 문제가 뒤늦게 조명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염호기 교수는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완치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통상 2주 정도 지나면 코로나가 완치된다고 예상했지만 재활성화를 전제했을 때 완전히 치료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더 긴 것이 본래 코로나의 특징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체 생긴 '재감염', 감염사실 인지 못해 잠재적 슈퍼전파자될 우려 커

또다른 재양성의 형태인 재감염은 몸 안에서 완전히 바이러스가 사멸한 뒤에 다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몸 안에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급증하는 재활성화와 전혀 다른 경우다. 

재감염과 재활성화를 가르는 기준은 '재양성 판정을 받은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다. 재활성화는 몸 안에 바이러스가 미미하게나마 남아있다가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한 것이기 때문에 재양성 판정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며칠’에 불과하지만, 완전히 나았다가 다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재감염의 경우는 ‘2주 이상’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염호기 교수는 “재감염의 경우에는 항체가 생긴 뒤에 감염되는 것”이라며 “항체가 생기면 감염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체가 생기면 감염으로 인한 2차 반응이라든지 감염이 몸 안에서 더 많이 확대되는 것이 방지될 뿐 감염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재감염의 경우에는 재활성화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단 항체가 생긴 이후엔 재감염이 되더라도 증상이 덜하기 때문에 재감염자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변종 바이러스' 출현

재양성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또 한가지 시나리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이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일 “현재까지 국내 환자로부터 얻은 총 73건의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분석한 결과 전파력과 병원성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 있는 유전자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세한 수준의 변이는 있지만 우려할 만한 정도의 변이는 아니라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가 언급한 “전파력과 병원성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 있는 유전자 변이”가 있으려면 유전자 한 두개가 바뀌는 수준의 소변이가 아닌 대변이가 있어야한다. 대변이가 일어나게 되면 기존 백신으로도 예방할 수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탄생했다고 봐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동일하게 RNA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가 그런 경우다. 염호기 교수는 “홍콩독감(1968년)이나 스페인독감(1920년)처럼 10년~20년에 대규모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쌓여서 크게 변하는 대변이가 일어난 것”이라며 “대변이는 예측을 하기 어렵고 (기존 항체로는) 면역을 생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첫 재양성 사례는 25번째 확진자인 73세 여성으로, 지난 2월9일 확진 판정을 받고 같은 달 22일 퇴원했지만 6일 뒤인 28일 재양성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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