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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타고 확산되는 '비대면진료'···의료계 "단기로 끝나야"
코로나19 타고 확산되는 '비대면진료'···의료계 "단기로 끝나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4.10 18: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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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허영구 원장 사망 이후 잇따라 비대면 진료 활용방안 내놔
의료진도 불안, 취지엔 공감하지만···의협 "의료계와 협의 안해"
현장에선 "대면 진료와 비교해 '완벽한 진료' 이뤄지지 않아" 우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의료진의 감염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놓자 의료계의 심정이 복잡해졌다. 

당장의 감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이를 반기면서도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때만 한시적으로 도입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원격진료’나 다름없는 비대면 진료가 확산되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 원격진료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환자의 진료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감염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 사태에 한해 '단발성'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인 보호하자' 정부, 전화상담 등으로 의료기관 진입관리 강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5일 가벼운 감기환자나 만성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전화 상담·처방과 대리처방, 화상진료 등 비대면 진료를 적극 활용해 의료기관 진입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 7일엔 의료인 감염예방을 위해 비대면 진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영래 홍보관리반장은 이날 정부 브리핑에서 "병원 내 건물에서 의사가 화상으로 진료하는 방식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의료계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의료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최근 외래환자에게 감염돼 결국 의료인 가운데 처음으로 사망에 이른 고(故) 허영구 원장 사례를 비롯해 의료인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시국엔 긍정적 측면 있어···일방통행식 시행은 이해 못해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우려되는 일선 의료인들도 당장은 비대면 진료를 반기면서도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내과 전문의 A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환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을 방문하지만 감기 환자가 들어오면 우선 섬뜩하다”며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런 시국엔 비대면 진료도 긍정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원래 의료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국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회장도 "'환자 불편과 의료진의 감염을 최소화한다'는 비대면 진료의 목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비대면 진료의 기본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원격진료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유용규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 역시 "대면진료가 어려운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의료계가 무조건 반대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의 말대로 한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일방적 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국진 회장은 특히 "구체적인 진료 가이드라인이나 보상체계, 정확한 시나리오 등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전문가 단체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나 화상진료와 관련해 '의료계와 협의해 나아가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정부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정책 시행 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디테일하게 반영할 수 있는 안을 만든 뒤 국민과 의료계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의 정책을 내놔야지, 즉흥적으로 결정해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병원규모 클수록 도입에 적극적···"정확한 판단은 어려워"

비대면 진료는 지난 2월 중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대학병원 및 일부 병의원을 중심으로 전화 진료나 약 처방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입원 환자 및 내원객 등 이동 인구가 많아 감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학병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비대면 진료는 물론 처방전 발행까지 비대면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서울성모병원도 하루 160~180건의 전화 진료를 시행 중이다. 지금까지 5000건 이상의 전화 진료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자들의 이동을 줄여 병원 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 또한 높다. 대면 진료와 비교할 때 '완벽한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교수 B씨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하지 못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거짓 정보를 의료인에게 줄 수도 있다”며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고 환자 상태에 맞는 검사와 약을 처방하기 위해선 대면해야만 정확한 판단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내과 전문의 C씨도 “정부가 감기환자나 만성질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 활용 방안을 발표했는데, 감기 증상을 보이더라도 폐렴이나 코로나19 등 급성환자일 수 있다”며 “환자의 증상 설명만 듣고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거나 자칫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 건물 내 의료진-병실 간 화상진료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속 D 교수는 “"진료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부 과는) 상처 부위를 직접 만져보고 설명도 해야 하기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는 것이 환자 치료와 안전에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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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tax 2020-04-15 15:12:16
예상 종합소득세를 휴대폰에서 조회할 수 있는데
아직도 안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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