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귀감'과 '우환' 사이···무엇이 한국과 이탈리아 갈랐나
코로나 '귀감'과 '우환' 사이···무엇이 한국과 이탈리아 갈랐나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3.25 16: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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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인구 엇비슷한 이탈리아, 코로나 사망자 수는 54배
공공의료 채택한 이탈리아, 매년 의사 1000명 해외로 이주
韓, 의대에 최고인재 몰려···메르스 등 경험하며 만반의 준비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4일 오후 6시 기준(현지시각) 이 나라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가 전날보다 743명 증가한 682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확진자 수도 6만9176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이탈리아의 인구는 약 600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1.1~1.2배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우리나라의 54배 수준이다. 확진자 수도 우리나라의 7.5배 규모다. 

우리나라와 인구 규모가 비슷하고 G7(주요 7개국)에 포함될 정도로 선진국 취급을 받는 이탈리아. 이런 이탈리아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방역 후진국 취급을 받고, 반대로 한때 전세계 국가들이 빗장을 걸어잠그던 우리나라는 최근 방역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의료진의 수준과 의료 인프라 차이가 이처럼 극명한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의료인프라 열악한 이탈리아···고령환자 치료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러

지난 10일 이탈리아 현지 방송에서는 취재진이 병원에 찾아가 ‘인공호흡기가 모자라는데 누구에게 우선 씌워주느냐’고 묻자 의사가 “젊은 사람이 먼저”라고 답하는 장면이 방영돼 논란이 됐다. 인공호흡기가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의료진들이 회생 가능성이 낮은 고령자들을 사실상 포기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확진자의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 입원이 늦어지면서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있지만 이탈리아의 경우엔 처음부터 고령환자에 대한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의료장비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호흡곤란이 온 환자에게 필수적인 인공호흡기가 이탈리아 전역에 3000개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2일(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 시민보호국에 보고된 환자 중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만 약 2900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인공호흡기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의료진과 병상 수 또한 지금 같은 감염병 대란에 대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공공부문 위주로 의료시스템을 구축한 대표적인 나라다. 문제는 공공이란 이유로 제대로 된 투자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이탈리아에서 의사면허를 딴 의료진 상당수가 대거 외국으로 이탈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5년 사이에 해외로 떠난 이탈리아 의사가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의대생 1만 명에 대해 남은 시험을 면제하고 예년에 비해 8개월 정도를 앞당겨 이들을 일선 의료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이탈리아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3.2개 수준이다. 주변국 프랑스는 6개, 독일이 8개인 것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내  코로나 확산 거점인 롬바르디아 주의 경우 병상이 모자라 병원 복도와 수술실까지 환자가 밀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이미 코로나19 전세계 확진자 수에서 중국에 이어 2위, 사망자 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당분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1.7%다. EU 평균인 18.9%보다 높은 수준이며 회원국 가운데 1위다. 고령일 수록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보니 인구구조상 이탈리아에서 중증환자나 사망자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고의 인재·인프라 보유한 대한민국 의료···메르스 경험까지 갖춰 대응방안까지 제시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앞다퉈 입국을 금지시키는 '경계'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들도 도와달라며 앞다퉈 손을 내미는 코로나 '모범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위상 변화는 이탈리아와 달리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의료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란 평가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0개다. 이탈리아(3.2개)의 3.8배 수준, 전세계에서 일본(13.1개)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여기에 비록 절대적인 의사 수는 많지 않지만 최고의 인재들이 의대를 지원해 대부분 국내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의사들의 수준은 세계 최고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과거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며 대규모 전염병 사태를 경험해본 것은 우리나라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다른 나라보다 한발 먼저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진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에 바람직한 향후 대응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협을 중심으로 대규모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진료하는 체계로 개편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의료계의 지속적인 요구 끝에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이달 1일부터 정부는 확진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일괄적으로 병원에서 치료·격리하던 무증상자나 경증 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해 관리하게 됐다.

그 결과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의 병상 부족 문제도 부분적으로 해소됐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대구 코로나19 전체 확진자의 40%(22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입원할 병상을 기다렸지만 2주가 지난 현재 이 숫자는 120명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병상을 기다리는 동안 숨진 사람이 5명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를 병상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과 대비해 다루기도 했다. 

◆'드라이브 스루’로 기지 발휘···코로나가 각국 의료수준 적나라하게 보여줘

이번 사태를 통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비단 우리나라 의료진의 '우수성'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고안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드라이브 스루' 검체 채취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우리나라 의료진의 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드라이브 스루는 기존에 1시간 가량 걸리던 진단 및 검체채취 시간을 10분으로 대폭 줄였다. 더불어 환자와 의료진간 감염 위험은 보다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선진국 지도자들도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에 대해 호평하며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를 두고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의 본보기”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상반되는 의료 인프라와 역량을 보유한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한쪽은 전세계의 '귀감'이, 다른 한쪽은 전세계의 '우환'이 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장은 두 나라의 상반된 사례는 의료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이탈리아는 (투자와 보상이 떨어지는) 공공의료 정책을 채택한 탓에 한 해 1000여명의 의사가 해외로 유출된다"며 "결국 현지에는 수준이 떨어지는 의료진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전세계 의료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염 위원장은 "한국은 메르스를 겪어서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연습과 준비가 돼있었다"며 "결국 선제적 의료 시스템 개편이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건강을 수호하게 했고, (이탈리아의 경우처럼) 국가 건강의 기본인 의료 시스템의 붕괴가 감염병에 무방비로 노출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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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20-03-26 17:31:16
기자님
기사가 흥미롭네요 잘읽었습니다
좋은기사 앞으로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