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증상자에 마스크 쓰라 한 적 없다"는 정부···'책임전가'가 전매특허인가
[칼럼] "무증상자에 마스크 쓰라 한 적 없다"는 정부···'책임전가'가 전매특허인가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3.2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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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이 기본 예방수칙도 안지켜···장관은 마스크 부족 의료계 탓
책임 인정해야 하는 이유···잘못 돌아보고 최선의 선택할 수 있어

“무증상자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바 없다.”

최근 자가격리에 들어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확진자와 접촉할 당시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에 대해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한 답변이다. 

정부 관계자의 답변처럼 정부가 명시적으로 무증상자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한 적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약국 앞에 길게 줄 서있는 '무증상' 일반 국민들에게는 뭐라고 할 것인가.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이들에게 가서 "무증상자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으니 허송세월하지 마시고 집에 가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 책임자가 마스크 착용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수칙조차 지키지 않고서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무증상자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적 없다"고 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해명이라기보다 구차한 변명이고, 한마디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 사태 이후 정부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과 10여일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마스크 부족 사태를 지적하자 “의료계가 쌓아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박 장관은 당시 국회에서 “제가 의원님보다 현장을 더 많이 다녀봤다”고도 했다. 마치 마스크 대란의 책임이 재고를 쌓아두려는 의료계 탓인 양 설명한 것이다.

의료계는 격노했다. "의료계가 쌓아두고 싶어한다"는 박 장관의 주장과 달리, 현실에선 일선 의료진들이 일회용인 마스크가 부족해 대형병원에서조차 수술실에서 면마스크를 착용하고, 혹시라도 누가 가져갈까 자신의 마스크에 이름을 적어 놓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의 발언이 의료계를 넘어 전국민적 공분을 사자 복지부는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없었다. 홍보 담당자는 “대구 의료현장에 배급되는 레벨D 등 보호구가 필요수량보다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장관께서 그 부분을 강조하려다 보니 그렇게 답변한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공급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한두 번의 말실수라면 실수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 논란을 만든 정부 책임자들의 발언만 모으려 해도 지면이 부족할 지경이다. 박능후 장관의 경우만 봐도 지난달에는 국회에서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말해 전국민적 공분을 샀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의 대처를 두고 숱한 논란이 일었지만 정부는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마스크 수급대책이 대표적이다.

애초 마스크가 부족한 근본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인데, '사재기'를 비롯한 공급·유통업체의 탐욕이 문제인 것처럼 얘기했다. 그마저도 곧 해결돼 전 국민이 마스크를 충분히 구입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더니, 결국 1주일에 2장씩 '배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정식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정부의 형식적인 사과를 받아내자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란 얘기다. 누구든 자신의 책임을 진심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종종 뒤돌아볼 줄 아는 정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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