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쓴소리에 귀닫은 청와대···'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칼럼] 쓴소리에 귀닫은 청와대···'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2.26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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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가 초청 청와대 간담회에 의협·병협만 '쏙' 빼놔
전문가 말 무시하다 뒷북대응하고도 쓴소리 원천 봉쇄

지난 24일 청와대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에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을 초청해 ‘범의학계 전문가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이후 이례적으로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감염병 대응과 관련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비롯해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 등 의료계 인사들이 초청됐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정작 눈길을 끈 것은 초청된 인사들의 명단이 아니라 초청되지 않은 인사들의 '빈자리'였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관계자가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의 면면을 두고 대부분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정부의 대응 방식에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낸 이들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초기 방역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연일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의협 측 인사를 일부러 배제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청와대가 전문가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는 제스처만 취할 뿐,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앞서 의협은 지금처럼 국내 확진자가 비약적으로 늘지 않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중국발 입국자들을 전수조사하고 입국금지 대상 지역을 후베이성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도 심각(레드·4단계) 단계로 격상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거듭 주장해 왔다. 병원협회도 해외 여행력 정보 제공 프로그램 점검을 주장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전문가단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게 되면서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의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과 함께 '이례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금지하는 조치를 미뤄두는 사이 역으로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북한 같은 중국의 동맹국조차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시킨 마당에 정부가 의료계의 수차례에 걸친 조언을 무시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처럼 정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하면서 '악수'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주재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 또다시 의협과 병협을 배제시킨 것은 청와대가 여전히 전문가의 쓴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이날 회의에서는 중국발 입국 전면금지 제안 같은, 청와대가 껄끄러워할 만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의료인들은 이날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에 대해 "그저 청와대가 초청했다는 이유로 상급 대표 단체인 의협과 사전 조율 없이 달려가 의료계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이 의협이나 병협처럼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사안을 바라보는 입장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비판이 예상되는 목소리를 잘라버린 청와대의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진부하게 들리더라도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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