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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방문 걷어찼다 병원행···건강보험으로 치료해줘야 할까
홧김에 방문 걷어찼다 병원행···건강보험으로 치료해줘야 할까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2.2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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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법 제53조 ‘고의로 사고 일으킨 경우’엔 부당이득금 인정
법원, 자의라 해도 "손상 정도 예상 못했다면 고의로 볼 수 없어"

홧김에 방문을 걷어찼다가 크게 다쳤다 하더라도 고의로 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면 건보공단이 이 환자에 대한 치료비를 지급한 것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은 환자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급여제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주장을 인용한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고등학생이었던 지난 2016년 6월 당시 이틀간 학교에 결석해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였다. 누나 B씨는 어머니와 다투던 A씨를 나무랐고, A씨는 B씨와 몸싸움을 하다가 유리로 된 자신의 방 출입문을 왼발로 걷어찼다. 이로 인해 A씨는 둔부 및 대퇴 부위의 다발성 신경손상, 대퇴동맥의 손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2017년 1월까지 치료를 받았다. 건보공단은 이에 따른 요양급여비 1846만5700원을 병원에 지급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그 해 3월 A씨로 인해 지급한 1846만5700원의 요양급여비를 부당이득금으로 보고 환수 결정한다고 고지했다. A씨가 자기 발로 방 문을 걷어차 상해를 입은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건보공단은 또 병원에 A씨의 후유 진료에 대해 급여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고 이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신경 손상과 그로 인한 후유증까지 예견하고 고의로 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행동이 고의가 아니었던 만큼 보험급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해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급여 제한 사유로 되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자신의 방 출입 유리문을 왼발로 걷어차는 행위를 할 당시 그로 인해 통상적으로 신경 손상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다거나 A씨가 신경손상을 입게 될 것까지 예견하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가 '고의로' 신경손상을 발생케 한 것을 전제로 한 건보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A씨의 보험급여제한취소 청구를 인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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