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계 협의없이 사실상 원격진료 허용 논란
정부, 의료계 협의없이 사실상 원격진료 허용 논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2.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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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해 전화 상담·처방 한시적 허용키로
의료계와 사전논의 주장에 의협 "전혀 논의한 적 없어"반박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화를 통한 상담과 처방 등 사실상의 ‘원격진료’와 ‘대리처방’을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이같은 조치가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정작 협의 대상인 의협은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원격진료 시행방안 등을 구체화한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특례'를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24일부터 별도 종료 시까지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화 상담 및 처방이 허용된다. 참여대상은 전화 상담·처방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이다. 

전화상담·처방이 이뤄질 경우 비용은 진찰료의 100%를 지급하며, 환자의 본인부담금 수납은 의료기관과 환자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또 처방전 발급은 진료한 환자의 전화번호를 포함해 팩스나 이메일 등으로 이뤄지며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하게 된다. 의약품 수령은 환자에게 유선이나 서면 등으로 복약지도 후 의약품을 조제·교부하는 형식이다. 단, 본인확인 및 진료내용 기록 등은 ‘대면진료’ 절차를 준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리처방’도 24일부터 별도 종료 시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취약계층이 감염병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가 격리자, 만성질환자, 노약자, 고위험군 환자 등의 경우 의사의 의료적 판단을 바탕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대리처방 허용 조건은 같은 질환에 대해 계속적으로 진료를 받아오면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다. 이때 의료인이 해당 환자 및 의약품 처방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해야 하며 진찰료의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의료계 "대면진료의 원칙 훼손하는 것" 반발

의료계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정부 방침이 현재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인-의료인' 간의 원격의료가 아닌 '의료인-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방침은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협은 “유선을 이용한 상담과 처방은 의사와 환자 사이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하는 사실상의 원격의료로, 현행법상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뿐만 아니라 코로나 19 지역사회 감염 확산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분명한 전화상담 및 처방은 검사가 필요한 환자의 진단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초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의협은 "전화를 이용해 상담 후 처방을 하더라도 결과에 따라 다시 약국을 방문해 약을 조제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다시 약국을 방문한 다른 환자,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고위험군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원내 조제의 한시적 허용을 통한 의료기관의 직접 조제와 배송을 함께 허용하지 않는 이상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협 "복지부의 일방적 태도 개탄"···정부 "의견수렴 노력했지만 아쉬움 남아"

특히 이번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의 사전 조율이나 협의가 전혀 없었음에도 정부가 의료계의 협조를 얻었다고 밝혀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의협은 "전화·상담과 처방은 법률검토, 책임소재, 진료의 범위와 의사 재량권, 조제방식과 보험청구 등을 미리 검토,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많은데 의료계와 어떤 '협의'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마치 당장 전화상담과 처방이 가능한 것처럼 발표해 국민과 의료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장 환자들은 전화로 처방을 요구하고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실무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합의한 적도 없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정작 그 당사자는 언론보도를 통해 듣게 되는 이런 삼류행정을, 국가적 비상사태에서도 그대로 반복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은 했지만, 의협 입장에서 조금 더 충분하게 협의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현장에서 갖고 있는 어려움을 공유하는데 힘써야하며, 일방적 거부보다는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감염확산으로부터 환자와 의료인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경북도의사회, 특수성 고려해 전화상담·처방 따르기로 

이처럼 의료계는 정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사실상의 원격진료를 강행하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대구와 경상북도는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의 방침대로 ‘전화상담 및 처방’을 따르기로 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지난 23일 의사회 홈페이지에 공문을 게시해 “코로나 19 지역감염 확산이 대구경북은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다. 의료진까지 감염되어 환자를 돌볼 수 없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 사료된다”며 “의사회는 더 이상 회원의 14 일간 폐업을 막기 위하여 의협과 논의한 결과, 사태가 심각한 경북에서는 24부터 전화상담 · 처방 및 대리처방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안내문을 발표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도 24일 의사회 홈페이지에 서신을 통해 “확실한 해법과 지침이 없어 의사회도 답답하다”면서도 “코로나19 질환 의심자는 되도록 직접 대면하지 말고 전화상담 대리처방이 가능하면 시행한 뒤 며칠 후 증상 지속 시 선별진료소로 권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없이 원격진료 등을 시행하기로 한 데 대해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22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대구시의사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사전에 의협과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일선의 혼란을 초래한 전화처방 대리진료이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계와의 소통도 주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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