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24시간→6시간···코로나19 검사시간 대폭 줄인 비결은?
24시간→6시간···코로나19 검사시간 대폭 줄인 비결은?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3.0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젠바이오텍, 실시간PCR 기법 도입해 검사시간 대폭 단축
유전자 증폭에 ‘형광탐침자’ 삽입···유전자 복제되면 '형광빛'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꼬박 걸렸던 검사 시간이 지난 달 7일부터 새로운 진단키트가 도입되면서 6시간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이는 국내 진단기기 업체인 코젠 바이오텍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PowerChekTM 2019-nCoV Real-time PCR Kit) 덕분이다.   

새로운 진단키트 도입 초기만 해도 두 자릿수에 불과했던 국내 확진자 수가 최근 4000명을 넘어섰고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검사시간이 24시간이나 걸리던 이전 키트를 사용했다면 지금 방역 현장의 혼란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코로나19 검사 시간을 4분의 1로 크게 단축시킨 새로운 진단키트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진단키트, 바이러스 유무 확인위해 DNA 다량 복제 

새 진단키트는 기본적으로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이용한다. PCR은 특정 유전자의 일부를 짧은 시간 동안 다량 복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환자로부터 채취한 검체 안에 확인하고 싶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너무 적다면 유전정보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유전자를 다량으로 복제(증폭)해 보다 쉽게 바이러스 유전자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중합요소연쇄반응은 1983년 미국의 유전공학회사 시터스사의 캐리 멀리스 연구원이 고안한 방법으로 캐리 멀리스는 이 공적으로 1993년 노벨 화학상까지 수상했다.

DNA를 복제만 한다고 해서 바이러스의 유무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려면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단순 PCR 기법을 이용해 바이러스 검사를 하면 사후 처리과정을 거쳐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코젠바이오텍의 진단키트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없앴다. 코젠바이오텍은 중합효소연쇄반응을 거치며 복제되는 DNA를 시간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기법(Real-time PCR)’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변성→결합→진행' 거쳐 DNA복제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변성(Denaturation)' 단계다. 효소를 이용해 유전자를 복제하기 위해서는 DNA가 ‘단일가닥 DNA’여야한다. 본래 두 가닥으로 이뤄진 DNA를 쪼개 단일가닥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변성 단계라 한다.

두 번째는 결합(Annealing) 단계다. 단일가닥 DNA의 끝부분을 이중가닥 DNA로 만드는 과정이다. 효소가 DNA합성을 시작하려면 합성이 시작되는 부위가 이중가닥 DNA로 돼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단일가닥 DNA의 끝에 작은 DNA조각(primer)을 붙여 끝부분을 이중가닥 DNA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효소의 작용으로 DNA 조각이 붙어있는 부분을 시작점으로 해 DNA 합성이 끝까지 진행(extend)되는데 이것이 마지막 진행(Extension)단계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한 사이클을 이룬다.

한 사이클을 거치고 나면 처음에 1개였던 DNA가 2개로 복제된다. 이론적으로는 n번의 사이클 후에 2의 n승 개의 이중가닥 DNA가 생성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물리적으로 과반응을 보여 DNA가 더 많이 복제되거나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DNA가 덜 복제될 수도 있다.

◆형광탐침자 삽입해 형광빛 밝기로 감염여부 판별

실시간 PCR 기법은 DNA 복제 과정에서 ‘형광탐침자(probe)’를 넣는다. 복제를 반복할수록 유전자는 쪼개지는데 효소에 의해 탐침자 역시 분해된다. 분해될수록 형광탐침자가 많아지므로 (환자의 검체 속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다면) 사이클을 반복할수록 형광빛이 밝아지는 원리다.

출처=질병관리본부
출처=질병관리본부

사이클당 형광빛의 세기를 실시간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는데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돼있다면 그래프는 우상향 그래프로 나타나게 된다. 당연히 환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DNA가 복제되지도 않을 것이고, 형광탐침자 역시 복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이클을 반복하더라도 형광빛을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코젠바이오텍 관계자는 검사 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된 이유에 대해 “검사 기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 PCR 기법 자체가 검사 시간을 감축시킨 이유라는 것이다. 즉, 질병관리본부에서 기존에 하던 검사 방식은 유전자를 복제해서 일일이 염기서열을 검토하는 방법을 이용했지만 실시간 PCR 기법은 확인하고 싶은 특정 유전자(코로나19 유전자)의 유무를 즉각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대폭 감소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비해 지금은 질병관리본부에 염기서열을 분석한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중간과정을 생략하면서 유전자를 증폭한 결과만 실시간으로 대조할 수 있다는 점도 검사시간을 감축시킨 이유로 꼽힌다. 

코젠바이오텍은 지난 2000년에 창업한 바이오벤처기업으로 검사용 키트 개발과 유전자감식·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분석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때도 이 회사에서 개발한 진단키트가 사용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