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삽관 시도하다 환자 사망한 의료진···항소심서 희비 갈려
기관삽관 시도하다 환자 사망한 의료진···항소심서 희비 갈려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2.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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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합의부, 응급의 A씨에 '위급상황' 인정, '무죄'···B씨엔 "과실 중대", 항소 기각
A씨 "응급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응급학회 "회원 탄원 받아줘 감사"

급성 호흡곤란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기관삽관 등을 시도하던 중 환자가 사망하면서 1심에서 금고형을 받았던 모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이 항소심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는 6일 응급환자 사망 사건에서 응급의 A씨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반면 응급의 B씨에 대해서는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급성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내원하면서 시작됐다. 환자의 호흡곤란 증세가 악화되자 의료진들은 기관삽관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관삽관이 어려워지자 의료진들은 보호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시행했다. 그 사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환자는 저산성 뇌손상으로 뇌사상태에 빠졌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7개월 뒤에 숨졌다. 

이후 의료진은 엑스레이 등 영상의학적 검사 결과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한 채 응급처치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에 과실이 있다고 인정, 해당 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의 2명에게 각각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동일하게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했고,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응급의 A씨와 B씨에 대해 각각 다른 판결을 내렸다.

먼저 법원은 응급의 A씨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처음 환자를 대면할 당시 이미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당장 기도유지가 필요한 위급상황이었기 때문에 환자에게 기관삽관을 시도하는 것이 제일 앞선 응급처치였다"며 “A씨가 기관삽관 전에 의무기록이나 엑스레이를 확인하지 않고 기관삽관을 우선 시행한 것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진료한 시점으로부터 13분 내에 기관삽관에 성공해 환자에게 산소가 공급되게 했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진료과정이 의료수준에 미달하거나 의사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응급의 B씨의 항소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B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환자가 사망하는 데에) B씨의 과실이 중대하다”며 “1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둘 다 응급처치에 가담했지만 환자가 사망하게 된 데에는 B씨의 과실만 인정한 것이다. 

재판이 끝난 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A씨는 기자들과 만나 응급의학계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A씨는 “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많이 힘들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라면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일이라서 개인적인 일을 떠나 학회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되는 분들을 위해 이 사건이 올바르게 판단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대외협력이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학회에서 1000명 이상이 참여한 탄원이 받아들여져서 다행”이라면서 “법원이 응급의료에 대해서 일정 부분 고려해준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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