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그리고 대한민국 흥신소
셜록 홈즈, 그리고 대한민국 흥신소
  • 전성훈
  • 승인 2020.02.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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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67)
전 성 훈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나쁜 사람 벌주는 사람이 누구지?’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아마 어린이들은 ‘경찰아저씨요’라고 할 것 같다. 중학생쯤 되면 ‘검사요’라고 할 것 같고, 어른이라면 ‘판사’라고 할 것 같다.
셋 다 일리 있는 답이지만, 경찰이 수사해도 검사가 소추(訴追)하지 않으면 아예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를 대리하여 ‘이 사람을 처벌해 달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검사가 정답에 가까울 것 같다. 악당을 처벌하기 위한 검사의 고군분투를 주제로 한 많은 드라마들이 만들어져 온 것을 보면,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렇게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소추할 권한을 검찰이 독점하는 제도를 ‘국가소추주의’라고 한다. 그리고 (검찰과 별도로) 개인도 소추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제도를 ‘사인소추주의’라 한다. 검사가 아니고 개인이 기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인소추주의가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영미법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는 증거 수집을 위해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를 할 수 있으므로 국가소추주의에서는 증거의 부족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인소추권을 인정하는 영미법계에서도 사인에게 강제수사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인은 증거의 수집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사인소추주의에서는 사인의 증거 수집을 위해, ‘사인이 임명한 또 다른 사인’이 국가의 수사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적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사설탐정(private investigator)’의 근원이다.

‘셜록 홈즈’는 이와 같이 19세기 말 사인소추주의 하에서 사설탐정이 활약하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셜록 홈즈라는 위대한 캐릭터를 창조해냄으로써, 당시 독자적인 장르로 인정받지 못했던 추리소설을 소설의 한 장르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도일의 본업이 의사였고 의사로서 실패한 덕분에 소설가로서 셜록 홈즈를 창조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도일은 당시 의과대학 중 명문이던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이후 일반의로 진료를 시작했지만 시쳇말로 파리만 날렸다.

얼마나 환자가 없었느냐 하면, 당시 세무서로부터 수익 증빙 서류의 제출을 요청받자 도일은 “환자가 없어 한 푼도 못 버는데 세금 낼 돈이 어디 있나?”라고 답장을 보냈는데, 세무서측은 이를 믿지 않고 직접 와서 세무조사를 했고, 결국 수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돌아간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의사로서 실패한 도일은 남아도는 시간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첫 작품 ‘주홍 연구’, 두 번째 작품 ‘네 개의 서명’이 모두 성공을 거두자, 포츠머스 사우스시에서 개원하고 있었던 안과 병원의 문을 닫고 전업 소설가로서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도일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왓슨 박사’를 창조해 냈다는 점이다. 존 왓슨은 영국 육군 군의관 출신의 ‘의사’로서, 홈즈의 친구이자 홈즈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작가’이다.

소설 속에서 왓슨은 의사로서 눈부신 활약들을 보여준다. 일단 시체가 발견되면 즉석에서 사망시간을 추정하고, 여러 사망 관련 정보를 셜록 홈즈에게 제공한다. 수사 과정에서 홈즈 능력 밖인 의학적 자문을 제공하는 것도, 부상자가 발생하면 치료하는 것도 당연히 왓슨의 몫이다. 무엇보다 왓슨은 홈즈의 담당의사 역할을 수행하는데, 홈즈가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뿐만이 아니라 빈번히 코카인과 모르핀을 사용하는 홈즈의 건강을 항상 염려하며, 또한 홈즈에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이 심화되지 않도록 조언하기도 한다. 이러한 왓슨의 의사로서의 활약이 도일의 개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사설탐정이 사회적으로 각광받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핑커톤 전국탐정사무소’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과 같이, 사설탐정을 허용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효용보다 그 문제점이 더 크게 발생했고, 결국 각국들은 사설탐정을 허용하더라도 엄격히 법으로 규제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대에는 사실상 그 권한 면에서 ‘사설탐정 아닌 개인’과 ‘사설탐정’의 차이가 거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사설탐정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1961년 ‘흥신업단속법’ 제정 이후 ‘타인의 경제상의 신용’에 대한 조사(=흥신업)만을 허용했고 제한 없는 사적 조사권을 갖는 ‘사설탐정’은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불륜 뒷조사 등을 해 주는 ‘흥신소’는 당연히 불법이다. ‘공인탐정법’ 등의 법안이 1998년부터 10여 차례 국회에 발의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번번히 폐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직원 중 일부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지속적으로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공단측은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해 공단이 특사경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계는 ‘사무장병원 여부는 의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사무장병원 내부고발자의 면책과 의사단체에게 의심 병원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공단은 강력한 특사경권을 달라고 하고, 의료계는 그보다 약한 조사권만 달라고 하는 것이다.

주지의 사실과 같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특사경권을 인정하는 분야가 지나치게 넓으므로 그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 또한 사무장병원 문제 해결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사후적 처벌 이전에 사전적 예방이 최선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현재 서울특별시의사회 등이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계의 자정 노력의 제도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공단 직원에게 특사경권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지금은 사무장병원 척결을 명목으로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의료계에 사설탐정을 도입하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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