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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들여 임상실험했다가···명인제약 '이가탄', 과장 광고 논란
돈들여 임상실험했다가···명인제약 '이가탄', 과장 광고 논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2.2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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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지원한 임상시험에서 "탁월한 효과 입증됐다"며 CF 통해 홍보
바른의료연구소, 해당 논문 분석해 여러 오류 발견···식약처에 민원 제기

치주질환에 대한 보조치료 용도로 많이 쓰이는 명인제약의 대표 일반의약품 ‘이가탄’이 새로운 CF에서 효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과장해 광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인제약은 지난 11월 11일 유명 연예인 유동근 씨가 모델로 등장하는 '이가탄'의 새로운 TV CF를 공개했다. CF는 지난 3월 국제저명학술지 ‘BMC Oral Health’에 게재된 임상시험이 ‘이가탄’의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광고 하단에는 자막으로 소비자에게 해당 논문을 직접 확인해 보라는 위미에서 논문 출처(‘Hong at al. BMC Oral Health (2019) 19:40’)까지 소개하고 있다.

의약품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영문에 전문 용어까지 포함된 논문 내용을 검증하지 않고 '이가탄'의 효과가 해당 임상 논문에 잘 반영돼 있다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한 의사단체가 해당 논문 ‘만성 치주염 환자에서 이가탄의 효능에 대한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비, 다기관 연구’의 원문을 확보해 검토한 결과, 해당 임상시험이 매우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술지의 2018년도 영향력지수(Impact Factor)는 2.048이다. 해당연구에서는 100명의 만성치주염 환자를 대상으로 3개의 의료기관에서 8주 동안 임상실험을 실시했고, 첫 4주 동안에는 실험군만 이가탄을 복용했으며 나머지 4주 동안에는 대조군과 실험군 모두 ‘이가탄’을 복용했다. 

학술지에 게재된 ‘이가탄’ 임상시험의 개요
학술지에 게재된 ‘이가탄’ 임상시험의 개요

최종 93명(대조군 45명: 실험군 48명)이 연구를 마친 결과,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에서 4주 후 잇몸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치은염 지수(Gingival Index, 이하 GI, GI가 높을수록 잇몸 상태가 나쁨을 의미)의 평균 변화는 대조군과 비교할 때 실험군에서 의미 있게 감소했다. 연령, 성별, 방문 차수 등의 변수를 보정한 모델에서 실험군에서 대조군보다 2.5배의 GI 개선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명인제약이 연구비뿐만 아니라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까지 지원한 이번 임상시험은 여러가지 오류를 지니고 있었다. 

해당 임상시험은 한 그룹은 처음부터 치료약을 복용하지만, 다른 그룹에서는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하다가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치료약을 복용하는 ‘지발 임상 연구(Delayed-start study design)’가 이뤄졌다. 

여기서 처음부터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에서는 GI가 치료 시작 전 1.19점에서 4주 후 1.02점으로 감소했지만,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했지만 4주 경과 후부터 8주까지의 4주 동안은 ‘이가탄’을 복용한 대조군은 GI가 4주째 1.01점에서 8주째 0.90점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소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며 “‘이가탄’이 만성치주염에 효능을 보인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4주 늦게 ‘이가탄’ 복용을 시작했더라도 처음부터 복용한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개선효과를 보였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상 시험에서 대조군과 실험군에 속한 연구 대상자의 기본 특성은 통계학적으로 같아야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시작부터 대조군과 실험군 간에 출발선이 달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선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차 변수인 GI에 대해 통계학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시작 전 대조군의 GI는 평균 1.00점이었으며 실험군의 GI는 평균 1.19점이었다. 즉, 실험군에 속한 사람들의 잇몸 상태가 더 안 좋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소는 “두 그룹 사이에서 치료 시작 전 GI가 19%만큼 차이가 나는데도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조군과 실험군은 치료 후 치은염 지수(GI)에서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해당 논문은 두 그룹 간 4주째 GI의 원래 ‘절대 수치’가 아닌 ‘변화값(Δ baseline – 4 weeks)’을 비교했을 때, 대조군에서는 0.01점이 증가했지만 실험군에서는 0.18점이 감소해 통계학적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연구 목적을 달성해 임상적인 효과가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그룹 간의 잇몸 상태가 처음부터 달랐을 가능성과, 4주째 ‘절대 점수’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구소는 “이 ‘변화값’의 비교만으로 이가탄의 탁월한 효능이 입증됐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번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여겨 ‘이가탄’ TV CF 광고를 허위·과장 광고로 식약처에 민원을 접수시킨 상태이다. 또 근거 논문의 내용이 이가탄의 효능을 정말로 입증한 것인지에 대한 공개 토론을 명인제약에 요구하기도 했다.

연구소는 “임상시험이 발표된 논문을 근거로 이가탄을 복용하면 잇몸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명인제약이 연구를 직접 지원했기 때문에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많다”며 “명인제약의 주장대로 효능이 정말로 입증된 것이라면 공개토론을 통해 이가탄의 효능을 더 확실히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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