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빼주는 남자
김승기
마흔 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
대책 없이 운다
얼마 전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십 년 된 강아지마저 죽었다고
이별을 운다
저 울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앞으로도 울 날이 많을 텐데
종국엔 자신도 누구의 울음이 되고 말 텐데
울음엔 항상 속수무책이다
휴지를 빼준다
휴지나
빼준다
<프로필>
김승기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 『세상은 내게 꼭 한 모금씩 모자란다』
『역驛』,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산문집: 『어른들의 사춘기』, 『우울하면 좀 어때』
경북 영주 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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