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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력 확보가 핵심인데'··· 이래서 지방에 의사 오려나
'의료 인력 확보가 핵심인데'··· 이래서 지방에 의사 오려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1.12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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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지난 11일 지역의료 강화대책 발표···지방에서 일할 의사·간호사 확보 쉽지 않을 듯
'파격적 조건 제시해도 힘든 마당에'···간호사 수급방안은 사실상 '부재', 근본적 문제 해결해야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가 김강립 차관 주재로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한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응급·심뇌혈관 등 필수진료가 가능한 지역의 공공병원이나 민간중소병원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역우수병원’으로 지정해 2차 병원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의료 취약지에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 9개소를 신축하며, 책임의료기관을 통해 공공·민간병원-지자체-지역사회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취지와 방향은 맞지만 막상 지방에서 근무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방에 의료인력 유치 위해 예산지원 등 인센티브 부여···"이미 돈 더줘도 못 구해"

이번 대책의 관건은 지역의료 강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을 지방병원에서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복지부가 내놓은 방안은 몹시 미흡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가 일부 시·도 간에 2배 이상 차이(서울 2.9명 ↔ 경북 1.3명, 2017년 기준)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지방 병원의 경우 의사 채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지방 국립대병원에서 지역의료기관에 의사를 파견하는 것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사업예산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미 서울과 수도권보다 지방 의료 인력의 몸값이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지방에서 근무하면 더 많은 돈과 복리후생이 보장되는데도, 지방 병원들의 인력난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인센티브가 더해진다고 해도 실제적으로 인력 확충에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지방의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료기관과 공공병원에 전공의 배정이 확대될 수 있도록 수련환경 평가에 공공의료 기여도 관련 지표를 반영하는 등 전공의 배정 확대방안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 공공의료기관(권역별 국립대병원 및 지방의료원) 간에 수련연계 등을 통해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전공의 수련 경험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지방 국립대병원조차 전공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자연히 지역병원으로 파견이 가능한 전공의 숫자는 한정돼 있다.

무엇보다 서울의료원을 제외하면 전국의 지방공공의료원 대부분이 100병상 미만의 작은 규모로, 중환자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수련병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방의 공공병원 숫자 자체가 크게 부족해 전공의들도 지방공공병원 근무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련환경평가에 ‘공공병원 기여도’를 반영해 억지로 전공의를 배치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련을 마친 전공의들이 계속해서 지방병원에 남아있을 리도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차등수가·공공의대 설립···"잘못된 인력수급 부족 문제부터 개선해야" 지적

복지부는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에 대한 차등수가를 매기는 방안 등을 검토해 현재 36개소인 사업 참여기관을 더 확대하고, 국립공공의대 설립과 공중보건장학제도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하지만 현재 지방 국립대병원 대부분이 상시 채용공고를 내고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병원들은 일반 전문의 연봉의 2배에 달하는 연봉과 의사들이 꺼리는 야간근무에서 제외해 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시범사업 차등수가를 신설한다고 해서 실제 입원전담전문의 유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복지부는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 인력 공급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 나와있는 계획에 따르면 입학 정원은 40명 수준이다.

무엇보다 공공의대를 통한 지방 의사 공급 방안은 막대한 혈세 투입이 전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기대효과는 불확실하고 소요 기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애초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의사 인력 수급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에 앞서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사 대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평가

의사 이외의 의료진 확보 방안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이번에 지역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통한 취약지 간호인력 인건비 지원 대상 지역 및 기관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지방병원들이 간호사 채용을 거의 포기하고 ‘최저 간호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새로울 게 없는 원론 수준의 기존 방안을 다시 내놓은 수준이어서 "이번 대책에 간호인력 확충 계획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복지부 스스로도 지금까지 내놓은 지방 의료인력 수급 대책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의사와 간호인력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한 보건의료인력 중장기수급체계 연구를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연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 보건의료인력 지원 종합계획 수립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 의료인력 수급은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복지부가 이번에 내놓은 지역 의료 강화대책 중 현실적으로 지방 의료인력 수급에 도움이 될 만한 방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포함한 보다 확실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간호사의 경우 간호등급제 기준 재조정, 공중보건장학생 제도에 간호사 포함, 공중보건간호사 제도 도입, 간호인력 업무범위 조정 등의 파격적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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