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빤히 보이는데··· 복지부, 왜 '정신건강복지법'에 목매나
문제가 빤히 보이는데··· 복지부, 왜 '정신건강복지법'에 목매나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0.2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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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법 시행 2년도 안 지나 법 개정 논하는 건 시기상조"
답답한 의료계, 현 제도 단점 드러난 마당에 왜 개정 미루나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을 계기로 다수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현행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 제도가 운영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차 법 개정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주무부처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긴급토론회에서 “복지부는 제도가 급격하게 바뀌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시행 후 2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개정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은 총 18가지다.

구체적으로는 정신질환자 퇴원 사실을 직권 통보하고(곽상도‧강석호‧정춘숙 의원) 외래치료명령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자(정춘숙 의원)는 안부터,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안(윤일규 의원)까지 다양하다. 

이 중 핵심 법안으로는 단연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꼽을 수 있다. 임 교수 사건과 진주 방화살인 사건 등을 통해 의료계는 비(非)자의입원이 자유롭지 않은 현 제도가 해당 사건들을 부추겼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행 강제입원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고 위기상황에서 적절히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환자들을 격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지난 1995년 제정 이후 수차례 부분적인 개정을 거치다 지난 2016년 '전면' 개정이 이뤄졌다. 2016년 개정된 법의 핵심은 '비자의입원 통제'와 '지역사회 중심 정신의료 확산'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보호입원이 까다로워졌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자타해 위험 또는 치료의 필요성'이 있을 때 보호입원이 가능했는데, 개정된 법에서는 '자타해의 위험이 있고 동시에 치료도 필요한 경우'로 요건이 보다 강화된 것이다.

가장 많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내놓은 윤일규 의원은 사법입원제도를 포함한 12개에 달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특히 윤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에는 입원적합성 심사제도와 정신건강심의위원회의 연장입원 심사 기능을 완전히 폐지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의료계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이는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복지부는 지난 5월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지만 사법입원제 도입은 빠져있었다.

현행 제도의 장‧단점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홍정익 복지부 과장은 “법적 안전성을 해치는 것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오히려 법 개정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의 치료가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해왔다"며 "현 제도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마당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도 “현재 외래치료지원제와 지역사회 치료프로그램, 정신응급의료시스템 등이 제 역할을 했다면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응급정신의료체계와 함께 비자의 입원시스템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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