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만 쏙 빼놓고"···'특사경' 도입에 발벗고 나선 건보공단
"의협만 쏙 빼놓고"···'특사경' 도입에 발벗고 나선 건보공단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0.25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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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서울본부, 불법개설기관 근절 포럼 개최해 특사경 도입 필요성 주장
의협은 안 부르고 우호적인 패널들만 초청···설문조사에 이어 공정성 시비 논란

건강보험공단이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 도입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특사경 도입을 위해 '아전인수'식 설문조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데 이어, 최근엔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관련 포럼을 개최하는 등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본부장 김덕수)는 25일(금) 오전 10시 여의도 태영 T-아트홀에서 불법개설기관 근절 포럼을 열고 언론기관, 수사기관, 학계, 소비자·시민단체, 공급자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불법개설기관 적발 현황을 공유하고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주제로 토론했다.

하지만 포럼에 초청된 패널들이 대체로 특사경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관계자들로 채워졌고, 대표적으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아예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시작부터 빈축을 샀다. 

이날 포럼은 일명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 관련 판례와 공단의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주제로 한 공단 우병욱 의료기관지원실장과 서울지역본부 임현정 전문연구위원(변호사)의 공동발제로 시작됐다.

공단은 현행 제도상 불법개설기관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고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로 길어져 재산은닉 가능성이 높아 결정액 대비 누적 환수율이 5.77%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단은 특사경 도입에 대비해 이미 행정조사 경험자, 변호사, 전직수사관 등 전문인력(200여 명)을 보유하고 있고 무엇보다 공단이 보유한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불법개설 기관 수사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등 단속의 효율성을 높여 연간 1000억 원의 재정누수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현정 위원은 “사무장병원의 수법이 점점 더 진화하고 있어 적발이 어렵고 적발되더라도 공단이 수사과정에 적극 개입할 수 없어 요양급여비용 환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향후 소송을 벌여도 손발 다 놓고 있다가 패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특사경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병욱 실장 역시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건보재정이 낭비되어 건전한 의료기관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단속의 긴급성과 효율성을 감안해 특사경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 실장은 공단이 한국리서치에 지난 8월 의뢰해 실시한 성인 1,500명 중 81.3%가 특사경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설문조사 결과를 전하기도 했다. 이 설문조사 발표 당시 국민 대부분이 특사경 제도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음에도 특사경 도입에는 대부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설문조사가 ‘아전인수’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돼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발제에 이어 참석한 7명의 지정토론자들 역시 예상한 대로 특사경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며 의견을 개진했다.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는 "특사경 부여는 영리추구 의료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특사경을 공단 지사에 부여할 경우 지역유착비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광역전담팀을 운영하고 전문화된 인력에 제한해 특사경을 지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경창수 회장은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를 기반으로 운영되지 않는 '사이비' 의료생협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특사경 제도 도입을 통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궁극적으로 의료생협 인가의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용자 부장검사는 "검경 등 수사기관에 사무장병원 수사에 필요한 전문성이 없어 수사가 장기화되고 만족할 만한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계에 직면했다"며 전문성을 가진 공단에 특사경을 부여해 검찰과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단속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단의 담당 직원들이 사무장병원 조사에 대한 전문성은 있지만 수사는 비전문가라는 점을 지적했다. 수사에 필요한 적법절차나 인권에 대한 인식 등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특사경이 부여된다면 압수수색 영장 작성 및 집행방법, 압수물 관리, 영상 녹화조사 등 수사기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정책위원은 특사경의 직무범위를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한정한 점, 이사장에서 복지부 장관으로 특사경 추천권 조정 등 수사권 오남용의 방지 장치에 대해선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현재 공무원이 아니면서 특사경이 부여된 해사, 산림, 항공 등과 비교할 때 공단 특사경이 긴급성이란 측면에서 정말 필요한지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급자단체 몫으로 참석한 병원협회와 약사회 관계자들 역시 특사경 취지에는 공감하는 입장을 표하면서도 일부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시병원회 이필순 윤리위원장은 특사경 부여로 전문성, 신속성이 확보되어 효율적일 수 있으나 경찰권의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조사과정상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책이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사실 사무장병원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의협과 병협인데 이들이 왜 공단 특사경을 반대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소송기간 동안 요양기관 운영 자체가 어려워 실직자까지 발생하고 있는 마당에 공단에 수사권까지 부여되면 더 큰 압박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는 공단이 조사과정에서 요양급여비용 지급이 보류된 요양기관들에 대해 연 2.1%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인데 이같은 보상안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면 철저히 불구속 원칙으로 하고, 조사하는 동안 지급보류보다는 개인 재산 압류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형사법 대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약사회 황해평 지도위원 역시 특사경을 통한 불법개설기관 단속 효율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수사권 남용이 우려된다며 적극적인 신고센터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이날 포럼에 초청받지 못한 의협은 이날 포럼에서 특사경 도입 필요성이 논의된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포럼이 끝나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공단이 '실세' 이사장 취임 후 실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모를 특사경 도입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결국 공단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사무장 병원 단속을 위해서라면 공단 특사경보다 면허자율기구를 통한 자율규제, 또는 지역의사회에 자율규제의 권한을 부여하여 근본적으로 통제하는 게 더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면허자율기구가 작동 중인 나라에서는 사무장병원이 문제되는 사례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의사회는 사무장병원 등 부정한 의료행위에 대해 자율규제 권한을 갖기 위한 취지로 전문가 평가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6건의 의뢰가 접수됐고, 이 중 3건을 처리 중이다. 사무장병원 등 문제가 심각한 경우도 있어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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