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엔 잘만 나오더만"···한의사 '쇼닥터', 국감장엔 '노쇼'
"방송엔 잘만 나오더만"···한의사 '쇼닥터', 국감장엔 '노쇼'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0.22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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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정감사 마지막날, 여야 한목소리로 쇼닥터 해악에 대해 질타
정부도 "모니터링단 구성할 것"···의료계 "징계시 전문가가 판단해야"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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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출연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건강식품 따위를 추천하는 의사, 즉 쇼닥터 근절과 관련해 국감에서 질타가 이어진 가운데 쇼닥터로 지명된 한의사 L씨가 국감에 불참하며 논란이 예상된다.

올해 국감 마지막 날이자 종합 국정감사가 열렸던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 이날 국감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쇼닥터' 문제와 관련해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증인으로 채택한 한의사 L씨가 모습을 나타낼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결국 L씨는 해외 학회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평소 잦은 TV 출연으로 국내 대표적인 '쇼닥터'로 꼽히는 L씨가 국회의 출연 요청에는 '노쇼'(No Show)해 버린 것이다.  

L씨를 증인으로 채택한 김순례 의원은 “L씨는 지난달 24일 증인출석이 위원회에서 의결됐는데도 26일 일본 학회 초청장을 승인했다”며 의도적으로 국감 불출석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세연 보건복지위원장은 “위원회 차원에서 고발조치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의사 K씨는 대놓고 동료 한의사인 L씨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L씨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퍼트리면서 자신과 같은 다른 한의사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K씨는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L씨는 비판의 대상"이라며 "하루 빨리 L씨와 같은 쇼닥터들에 대한 제제가 강화돼 타 한의사들이 이미지에 대한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여야 막론하고 쇼닥터 근절에 공감

이번 국감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쇼닥터가 국민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와 방통위, 전문가단체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 등이 지적됐다.

국감 둘째 날인 지난 4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인을 관리 감독하는 복지부가 방송에 출연해 잘못된 건강·의료 상식을 제공하는 쇼닥터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방송에 출연해 의학 정보를 거짓 또는 과장해 제공하는 경우 의료법 66조 위반으로 최대 1년 자격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단 3명뿐 이라 게 김 의원 주장의 핵심이다. 특히 복지부는 방심위에 심의제제 요청을 할 수 있음에도 쇼닥터와 관련해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방심위에 방송에 대한 심의요청을 한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의원은 “복지부가 쇼닥터의 위법한 행위를 방지할 방법이 있음에도 소극 행정으로 일관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복지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방통위와 방심위 등의 방송 관련 기관과 의료인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모니터링과 처분을 연계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감 마지막 날인 21일엔 김순례 의원도 의료계 단체와 정부 차원의 제재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10년 전부터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단체에서 쇼닥터 제제를 해오고 있지만 의사 면허권에는 지장이 없고 복지부도 해당 문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어제도 모 종편 프로그램에서 쇼닥터가 나와 다이어트 식품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홈쇼핑에서 해당 제품을 팔고 있었다"며 "복지부의 후속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 약속, 의료계는 조건부 찬성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복지부, 식약처 등 관계부처는 합동 모니터링단 구성 등 특약 처방을 약속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의협, 한의협 등에서 위해하다고 판단해 협회 차원에서 제재했음에도 복지부에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향후 정부 합동 모니터링단을 추진하고 전문가 단체와 적극 협조해 위해하다는 판단이 있을 시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의경 식약처장도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유사건강기능식품들이 홈쇼핑, 온라인 등에서 팔리고 있다"며 "복지부와 함께 모니터링단 구성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의료계는 '조건부' 동의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모니터링에 적극 나서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전적인 판단 주체는 전문가단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22일 본지를 통해 “인력과 재정 부분에서 쇼닥터 모니터링을 전문가단체 등이 전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시 모니터링에 나서겠다는 정부 의지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인을 쇼닥터로 판단하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학적 소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단체에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즉 의료윤리에 대한 판단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단체는 의료 전문가단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궁극적으로 쇼닥터 제제에 대해서는 의료인 자율징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김대하 이사는 “최종적으로는 의료인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자율징계 면허권이 필요하지만 당장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정부에서 모니터링하고 판단은 전문가 단체에서 하며 판단에 따른 행정조치를 정부와 전문가단체가 연계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도 “향후 합동 모니터링단이 추진되더라도 모니터링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쇼닥터를 걸러내고 제제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방통위, 전문가단체 등과 적극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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