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부는 의·한 협진 시범사업 즉각 중단하라”
의료계 "정부는 의·한 협진 시범사업 즉각 중단하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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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차 시범사업 실시 근거로 제시한 협진 치료효과, 의학적으로 타당성 결여
성과로 내세운 설문조사 결과도 객관성 의문···"시범사업 강행 시 관련자료 요구할 것"

보건복지부가 의학적 타당성이 결여된 의·한(醫韓) 협진 시범사업 연구 결과를 근거로 규모를 더 키운 3차 시범사업에 들어갔다는 본지 보도와 관련해 의료계가 해당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복지부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1년여간 2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협진군이 비협진군보다 치료기간이 대폭 감소했다며 이를 ‘정책성과’로 규정하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시범사업의 최종 단계인 3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해당 연구는 협진의 치료효과 비교연구 시 가장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중증도'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부실한 비교 연구 결과를 시범사업 확대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학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이런 부실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시범사업을 벌이고 본 사업까지 검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건강보험료를 낭비하는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즉각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경증환자들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도 없이 이루어진 의·한 협진에 대해 객관적 기준도 없이 치료효과가 좋아졌다고 평가하고, 환자들이 만족했다는 뻔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 것"이라며 "더 이상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지 말고 당장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복지부가 또 하나의 3단계 시범사업 시행의 근거로 제시한 2단계 시범사업 참여 의료인들에 대한 설문조사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2단계 시범사업 기관(협진 100건 이상)의 협진 환자 297명을 대상으로 설면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협진을 경험한 이후 협진을 권유한 의사가 91.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 설문조사 결과도 이번 3단계 시범사업의 시행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협진을 권유한 의사’라고 밝힌 이 91.3%에 애초부터 이번 시범사업에 적극적인 한의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설문조사 결과를 시범사업의 성과로 내세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협진 의료인 130명 중엔 한의사가 82명(복수면허자 포함)으로 전체의 60%가 넘는다. 

또한 협진에 참여한 의사 입장에서도 의·한 협진 사업에 참여하면 별도의 수가가 지급되기 때문에 협진의 의학적 성과가 아닌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설문에 우호적으로 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단계 시범사업에는 국공립병원 8개소, 민간병원 37개소 등 총 45개소가 참여했는데 이중 한방병원이 17개소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의대와 한의대를 모두 갖고 있는 대학병원이거나 종합병원·전문병원·병원·의원이면서 한방진료과를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박종혁 대변인은 “의사들이 어쩔 수 없이 협진에 참여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 부실한 시범사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협진까지 권유했다는 것은 의사 윤리 측면에서 보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의·한 협진 시범사업에 대해 의료계는 애초부터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의협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학문적 원리와 진단 및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한방과의 협진은 부적절하고 사업 내용 자체에도 문제점이 많다”는 이유로 지난 9월 2일 시도의사회 등 산하 단체에 공문을 발송해 의·한 협진사업에 협조를 자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의·한 협진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사들에 대해 의협 윤리위원회 회부가 검토된 적도 있다.

지난 제40대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기동훈 후보(기호 2번)는 지난 2016년 7월 15일부터 시작된 의·한 협진 1단계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 13곳에 근무하는 담당 의사들을 의사윤리강령 위반 혐의로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하고, 서면 접수한 바 있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의·한 협진 시범사업과 관련한 복지부의 행태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현재 시범사업 결과를 면밀히 분석 중이며 머지않아 더 자세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웅 의협 한방특위 위원장은 “복지부가 계속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복지부에 협진군과 비협진군의 중증도 기준 선정, 나머지 각종 결과나 수치 등 시범사업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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