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험사에 휘둘리지 않는 '의료자문제도' 만들어야
[칼럼] 보험사에 휘둘리지 않는 '의료자문제도' 만들어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0.16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험사 의료자문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제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간에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과잉진료나 보험사기를 걸러내겠다는 제도의 '선의(善意)'와는 달리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구실로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환자를 한 번도 대면하지 않은 익명의 자문의가 환자 상태를 가늠하고 보험금을 축소지급할 근거를 만들어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심지어 자문의가 환자를 보지도 않고 보험금을 청구한 환자의 질병코드까지 바꿔버리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 의원은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의뢰한 병원이 특정 10곳에 몰려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 한 명에게 수백 건에서 1000건 가까이 자문을 의뢰한 사례도 있다"며 "보험사와 의료계의 카르텔 속에 소비자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의료자문 제도와 관련한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 의원의 주장처럼,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맡은 의사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답변을 요구하기보다는 보험사에 유리한 입장에서 의견을 낼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의사 A씨는 "제도 취지에 맞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답변을 내놓을 경우 보험사가 더 이상 의료자문을 의뢰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보험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답변을 해주는 의사를 중심으로 자문을 구하다보니 특정 병원·의사에게 의료자문이 쏠리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엔 의사 한 명이 1년 동안 무려 1815건의 의료자문을 해주고 3억5000만원이 넘는 자문 수수료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정부도 지난해 ‘의료자문 객관화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보험사 등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 사이 국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의료자문으로 인해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험은 의사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의료계 입장에서도 손해다.

지금처럼 보험사가 직접 의사에게 돈을 주고 자문을 맡기는 상황에선 아무리 올곧은 의사라도 보험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보험사의 자문의사 리스트에서 슬그머니 사라지게 된다.

결국 보험사 의료자문 제도가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의료계가 직접 나서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지금처럼 보험사가 특정 의료인을 지정해 자문을 맡기고 직접 자문료를 지급할 것이 아니라, 공신력을 가진 협회나 학회, 의사회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중개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료자문이 지금처럼 보험사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일부 의사들의 이익을 대가로 의사사회 전체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