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환자 오인사고에 난감해진 의료계···과실(過失)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잇따른 환자 오인사고에 난감해진 의료계···과실(過失)을 어떻게 볼 것인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25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각서 의료사고 민형사 처벌과 별개로 내부징계 필요 지적
의협 "의사 자질 문제 삼는 윤리적 문제, 함부로 재단 어려워"

# 지난 2014년 환자 C씨는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료진은 엑스레이 사진 등 환자의 진료기록을 확인하지 않고 급성 인두편도염으로 판단했다. 내원 이후 C씨의 호흡곤란이 악화됐고 의료진은 수 차례 기도삽관을 시도했지만 목의 부종으로 인해 실패했다. 이후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시도했지만 이미 C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사사태에 빠졌고 결국 7개월 후 사망했다.

이상의 사건에 대해 당시 C씨를 진료했던 A씨와 B씨는 당시 상황이 응급상황이었다는 점이 참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진료기록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직전 관찰자에 의한 '구두보고'를 받고 빠른 조치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진의 처치가 환자를 직접적으로 사망케 한 것인지 인과관계도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진이 환자의 진료기록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병명을 오인하지 않았을 것이고 환자도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법원은 "의료진이 엑스레이 사진만 제대로 확인했다면 목 후두의 부종이 심각한 상태여서 급성 후두개염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구두보고에만 의존해 오진한 과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의 업무상과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에게는 각각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의료사고 법적 분쟁, 최근 4년새 2배 증가···정치권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최근 업무상과실치사를 비롯한 의료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의료계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엔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사실을 확인하러 온 환자를 다른 환자와 혼동해 낙태시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해당 산부인과 의료진은 환자의 인적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체 계류유산으로 인한 임신중절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의료사고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관련 수치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의료사고 분쟁 건수는 827건이었던 데 비해 작년엔 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589건에 달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1~6월) 관련 통계는 현재 798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분쟁 건수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이다. 올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분쟁 건수(1589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25일 “정부는 의료기관이 신상확인처럼 기본적인 절차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의협, 진상조사 중···“법률 한줄로 바꿀 간단한 문제 아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 일각에서도 누가 봐도 잘못이 명백한 과실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엄중한 내부징계를 추진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한 대응이 자칫 '제식구 감싸기'로 비쳐질 경우 전체 의료계가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의협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비롯한 환자 오인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의도성'이 있는 행위와 달리, 의료 과실에 대한 징계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직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대리수술이나 성추행 등 사회‧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문제를 제외한 의료적 과실에 대해서까지 의료계에서 자율징계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의사로서의 자질을 문제 삼는 윤리적 문제는 함부로 재단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혈액형에 따른 수혈 문제도 아무리 0으로 만들려고 해도 전 세계적으로 100만건 중 1건은 실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계는 의료 과실을 법률로 규제하는 데 대해선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매일같이 환자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현장에서 순간의 선택을 벌여야 하는 의사들을 법조항에 맞춰 사후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의료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박종혁 대변인은 “중증도에 따라, 의료기관에 따라 진료 기준이 다를 수 있어 (의료 과실 방지는) 법률 한 줄로 바꿀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향후 의료계와 정부,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