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과 협상, 별개로 보면 안 돼···협상 난항시 투쟁으로 의사표현할 것"
"투쟁과 협상, 별개로 보면 안 돼···협상 난항시 투쟁으로 의사표현할 것"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9.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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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부와의 '오월동주', 의정협의체 협상단장 맡은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시간 끌지 않고 급한 사안부터 해결"···"국민 동참하는 의료개혁 그림 그릴것" 포부

의료계와 정부 간의 대화 채널이 다시 열렸다. 대한의사협회가 협상의 '진정성'을 이유로 정부와의 모든 협상을 거부한지 7달만이다. 의협과 정부는 최근 간담회를 갖고 조속한 시일 내에 '의정협의체'를 다시 운영해 의료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의협과 정부가 모처럼 한 배를 타기로 했지만, 아직은 상대방을 신뢰하기 힘든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상황이다. 어떤 리더십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이 배를 타고 '의료개혁' 혹은 '의료정상화'란 공동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중간에 배가 뒤집어 질 수도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협은 박홍준 의협 부회장(서울시의사회 회장)을 '의정협의체 협상단' 단장으로 선택했다. 성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박 단장은 거침이 없어 보였다. 박 단장은 "시간을 끌기보다는 ‘진료 현장에서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사안’을 우선적으로 정하고 협의에 임해 의료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최근 있었던 보건복지부와의 회동에 대해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시간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전체적인 큰 틀에서 의료 현안을 봤을 때는 의료계와 정부 모두 의료개혁이 필요하다고 공감했지만, 세부적으로는 이견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즉,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에 대해선 양측이 뜻을 같이 했지만 의료계가 제시한 (세부적인) ‘의료개혁 7개 선결과제’에 대해선 앞으로 단기·중장기 ‘아젠다’를 마련해 함께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복지부도 의료정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단장은 의정협의의 목표가 ‘의료정상화’인만큼, 의료계와 정부의 시각 차이가 작은 현안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협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단기적으로는 ‘진료와 의료의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개념의 혁신과 함께 의료 관련 법적·제도적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단장은 “'수가'는 의료현장의 현실이지만, 의료계가 정부와 풀어야 할 숙제에 수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료형태, 안전, 감염, 의료전달체계, 심사평가, 법률, 전공의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이슈가 없는 만큼, 모든 제도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는 ‘의료개혁 7개 선결과제’ 등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한 상태로, 의정협상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한 카드는 이제 정부가 쥐고 있다”면서 “단시간 내에 제도개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우선적으로) 아젠다로 선정해 협상 테이블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단장은 더 이상 '시간만 질질 끄는' 협상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7개월 전과 같은 상황만 되풀이하려면 애초부터 정부와의 협상은 필요없다는 단호한 태도다.

그는 “엉켜진 실타래의 첫 매듭을 잘 풀면, 의료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가 채워진 셈”이라며 “정부도 첫 매듭을 잘 찾아 풀길 원하고 있는만큼, 단기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중장기 협상 역시 순차적으로 순탄하게 협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가뜩이나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곧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등 여러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11월 전까지 ‘단기적 아젠다’에서 성과가 나와 의정협의체가 신뢰를 갖고 의료개혁 문제 전반을 풀어나가길 희망했다. 

한동안 ‘투쟁’ 일변도였던 의협이 정부와의 협상카드를 들고 나온 데 대해 일부 회원들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투쟁과 협상을 별개로 보면 안된다”면서 “협상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은 '전문가 의견 표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표출된 의견이 협상테이블에서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가 ‘투쟁과 이어지는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정부를 향해 우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되 협상 가능성이 높은 아젠다를 만들어 정부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라면서도 “대화를 통한 협상이 난항에 빠질 경우 ‘투쟁’을 통해 강력한 의사표현도 할 수 있다”고 정부에 경고했다. 투쟁은 결국 협상을 위한 전문적인 ‘의사표현 방법’이라는 것이다. 

박 단장은 무엇보다 회원들이 의협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정해진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 반드시 협상을 이뤄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의정협의 이번 협상이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인만큼,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제도를 이용하고 이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의료계의 입장을 설득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박 단장은 “의료와 관련해 근거 있는 이야기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정부와 뜻을 함께 했다”며 “국민들에게 의료현장을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정부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의료계를 이해하고 의료개혁에 동참하는 그림을 그려나가겠다"는 것이 박 단장의 포부다. 

박 단장은 “의료계와 정부가 하루이틀 만나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의료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서로의 시각차를 좁혀 하루 빨리 진료현장에 있는 의사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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