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한그릇' 값에 업무정지···의료계 "건강검진기본법 개정하라"
국수 '한그릇' 값에 업무정지···의료계 "건강검진기본법 개정하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9.1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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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소재 A의원, LDL검사비용 6460원 잘못 청구해 업무정지 3개월 처분
의협, "건강검진기본법 개정할 계기로 삼아야" 법조계 "애매한 기준이 문제"

단 한 건의 소액의 검사 비용을 착오청구했다는 이유로 의료기관에 업무정지 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작은 실수에도 처벌에 가까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강원도 소재 A의원은 국가건강검진을 한 환자의 LDL(low-density lipoprotein,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검사 비용으로 6460원을 부당청구했다는 이유로 관할 보건소로부터 업무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콜레스테롤 값 입력과 관련해 트리글리세라이드 측정값이 400mg/dl 이상인 경우 실(實)측정해야 하지만, A의원이 '1건'을 자동계산 값으로 입력해 '부당' 청구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건강검진 관련 지정, 평가, 비용 등은 건강검진기본법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의 검진기관 및 업무정지 기준에 따르면,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검진비용을 고의로 거짓 청구한 경우에는 검진기관 지정 취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위반행위 적발시엔 적발과 동시에 의료기관에 사전통지가 이뤄지고 의견을 청취한 뒤 곧바로 행정처분 절차가 이어진다.

일반 진료에 대한 부당청구의 경우 정부가 현지조사 과정을 거쳐 부당내역을 확인한 뒤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과 비교하면 건강검진 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는 훨씬 간단하고 신속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는 단 한 건의 소액 착오청구에 대해 3개월간 업무정지 처분까지 내릴 수 있는 현행 제도는 가혹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A의원 원장이 청구한 6460원은 냉면 한 그릇 값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엄연히 소액 착오청구”라면서 “‘부당청구’라고 말하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실수를 빌미로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번 처분에 대해 정부도 과도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건강검진기본법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오히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과도한 행정처분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협 차원에서도 A의원이 행정소송 등 의협의 지원을 요청하면 "적극 돕겠다"는 입장이다.

박종혁 대변인은 “전국에서 발생되고 있는 사례를 수집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는 한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뒤 정부와 대화를 통해 법령을 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위반에 따른 업무정지 처분 기준이 세분화되지 않아 발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령을 위반한 사람이 의도를 갖고 고의로 허위·부당청구를 한 것인지, 단순한 과실로 착오청구를 한 것인지 구분하지 않고 처분을 내리다 보니 이번처럼 과도한 징계가 내려진 것이란 얘기다. 

전성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이번 사안은 이익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허위·부당청구가 아니라 단순한 착오청구로, 허위·부당청구와 같은 수준의 처분을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착오 청구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은 중징계로, 시행령을 전반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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