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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으로 가려질까?'···'뜨거운 감자' 개인의료정보 활용법안
'가명으로 가려질까?'···'뜨거운 감자' 개인의료정보 활용법안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18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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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근 의원발 ‘개인정보보호법’···'원안대로 통과될까', 의료계 우려 확산
만에 하나 유출시 막대한 피해···복지부 "부작용 줄이며 기술개발 이뤄야"

개인 건강의료정보 및 유전자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문제가 의료계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보건의료 데이터가 안전하게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안건은 지난해 11월 15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정 협의를 거쳐 대표 발의한 것으로, 가명(假名)정보를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가명정보란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함으로써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정보를 말한다.

해당 법 개정은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17일 복지부는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의 의료데이터를 정책연구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통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연구 또한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고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개통식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의료데이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첫 결과물"이라면서 "앞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국민건강 증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감한 의료정보, "완벽한 익명화는 불가능" 지적

하지만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료정보의 경우 몹시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유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개인정보를 가명정보 형태로 처리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고 하지만, 현재로선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보건의료 개인정보는 유출 및 악용 사례가 많지 않지만 한번 발생될 경우 피해를 되돌릴 수 없다"며 "의사-환자간 신뢰 관계 상실은 물론이고 건강정보 유출로 고용상의 불이익, 보험 가입 제한 등 사회생활에 해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가명정보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정보의 완벽한 익명화는 불가능하다"며 "확률의 문제일 뿐 개인 식별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전체 의료의 95%를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의료서비스가 국가에서 제공되는 유럽과 우리나라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가) 오히려 대형병원들과 제약, 의료기기 회사들의 마케팅이나 이익추구의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도 개정안에 대해 가명정보의 처리 목적 중 '과학적 연구'에 대한 범위가 모호하다는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목적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7월 과학적 연구의 범위를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보완하고 정보주체자나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요건을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복지부 "정보유출 등 문제점 줄이며 산업적 조화 이뤄야"

복지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건강증진 목적의 기술개발을 전제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바이오헬스케어 등 기술개발이 필요한 실정에서 기술개발은 민간기업에서 함께 수행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해당 사업을 통해 이윤추구가 보장되지 않으면 어떤 기술개발도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결국 정보유출 등 이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가며 기술 산업적 조화를 이뤄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복지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데이터에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기술적 조치를 실시하고 연구자는 이를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폐쇄된 연구공간을 통해서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과장은 "국내 상황에 맞는 나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계속하자"며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공공적 목적과 산업적 생태계의 조화를 위해 기업의 기술개발을 장려하고 이에 따라 이익이 발생했다면 기업의 사회적 환원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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