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엉뚱한 데서 잘못된 건강정보를 찾는 걸까
왜 사람들은 엉뚱한 데서 잘못된 건강정보를 찾는 걸까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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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검증된 건강정보 확산 위해 의기투합···28일 국회서 세미나 개최
"정부 산하에 생활건강 총괄할 컨트롤타워 설치하자"···복지부도 취지 공감
보수적 문화·시간 부족 등으로 정책에 관심 못가지는 의대 분위기 개선돼야

"정부 부처에는 믿을 만한 건강 관련 정보가 널려 있는데, 정작 국민들은 왜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가짜' 정보들을 믿다가 건강을 해치는 것일까." 

의학도로서 이런 상식적인 의문을 가지는 데서 출발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 소모임  'ARMS' 얘기다. ARMS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 방법, 잘못된 건강상식 교정 등을 제시하고자 박윤길 강남세브란스 재활의학교실 교수의 지도 하에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이다. 

당장 눈앞의 학업도 중요하지만 국내 보건의료 상황과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정책에 관심을 갖고 직접 개선책을 제시해 보자는 '열정'으로 뭉친 것이다. 그 열정이 조만간 결실을 맺을 지도 모르겠다. 'ARMS'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올바른 건강정보 확립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열고 자신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다.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 설립 필요…복지부 “취지 공감, 논의 이어갈 것”

이날 세미나의 핵심 주제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산하에 가칭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를 설립·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언론 등을 통해 잘못된 건강 정보가 다수 유통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국민 건강수명의 연장을 위해 국민 건강 신체활동 실천률의 증가와 건강식생활 실천의 유도를 그 중점과제로 지정한 바 있다. 건강한 신체활동과 체계적인 영양관리 등이 만성질환 예방과 치료에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의학적으로 검증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발언하는 신현호 ARMS 공동대표
발언하는 신현호 ARMS 공동대표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질환 관련 정보는 복지부가, 영양관리는 식약처가, 운동 정보는 문체부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보니 관련 정보가 서로 공유(共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은 떨어지고, 결국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왜곡된 정보에 현혹되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고 ARMS 회원들은 보고 있다. 

국가 차원의 교육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하 개발원)이 수립한 31개 사업 가운데 대중을 위한 보건교육 및 보건교육 개발을 중심으로 한 사업은 존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현호 ARMS 공동대표는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확실한 건강 정보 제공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개발원의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사용해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 건강교육 사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가칭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가 먼저 올바른 건강정보를 전달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건강지식 전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나아가 국민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다학제간 융합연구 플랫폼이 되도록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석현 ARMS 공동대표도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는 국민들의 건강 정보 이해능력을 향상시키고 우리의 생활보건을 질적으로 개선시켜 우리나라 전체 의료의 패러다임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과적으로 국가 총 의료비용 지출을 절감하고 국민 건강수명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젊은 의학도들의 정책 제언에 복지부도 공감을 표했다. 다만 센터 설립에 추가 예산이 필요한 만큼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내부 논의 등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덕기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최근 SNS상에 잘못된 건강정보가 많이 떠돌아다닌다는 점에서 복지부 내부에서도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현실적으로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인력, 예산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필요와 효과성 부분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덕기 복지부 건강정책과 사무관
고덕기 복지부 건강정책과 사무관

◆“보건의료 정책 관심 갖는 의대생 모임 많아져야”

세미나가 끝난 뒤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 ARMS 회원들은 "보건의료 정책에 관심을 갖는 의대학생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학생들이 정책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고 이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김운연(연세대학교 의학과 2학년·Fitcare 공동대표)씨는 “의대생 혹은 젊은 의사들은 의료제도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의대의 보수적인 문화, 막중한 학업량으로 인한 시간 부족, 사회문제를 다룰 수 있는 교양 교육의 부재(不在)로 인해 학생들이 정책에 관심을 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수업 개설을 통해 의대생들에게 미래 의사들이 놓인 사회 경제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의료 제도가 직접적으로 의대생들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려야 한다”며 “이런 사회적 이슈를 선후배가 함께 다루는 학술 모임을 활성화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생들이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선 결국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들간의 모임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ARMS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유진(연세대학교 의학과 2학년)씨도 “ARMS 활동을 통해 보건의료와 관련된 학술, 산업, 법률, 제도는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대생으로서 우리 사회에 이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의대생 모임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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