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브루크너 현악오중주 F장조
안톤 브루크너 현악오중주 F장조
  • 오재원
  • 승인 2019.08.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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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83)

■ 교향곡 같은 견고한 구조와 두터운 음향의 현악오중주
어떤 경우라도 ‘브루크너는 교향곡이다’라는 등식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비록 중요성이 결코 덜하지 않은 미사 작품들이 그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브루크너는 교향곡 작곡에 집중하였으며, 이런 이유로 그가 만든 다른 장르의 작품들을 교향곡과의 관련 속에서 생각하고 평가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로 생각된다. 브루크너는 교향곡 제5번을 완성한 다음 해인 1879년에 이 오중주곡을 작곡하였는데 이 때 그의 나이는 55세였다. 브루크너가 남긴 실내악 작품은 대단히 적은 편이지만 이 현악오중주만은 절대로 가볍게 취급할 수 없을 만큼 우아함과 고귀함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현악사중주의 편성에 비올라를 첨가한 형태로 작곡된 이 작품은 그 특유의 견고한 구조, 두터운 음향, 변화무쌍한 다이내믹을 결합하고 있다.

브루크너는 1862년 초기 현악사중주 C장조를 작곡하며 실내악에 도전했다. 학창시절 작곡된 이 작품은 오랫동안 스케치만 한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 브루크너 자신이 출판할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향곡에 가장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육중하면서도 탄탄하게 균형 잡힌 교향곡들을 잇달아 작곡하여 발표했지만 혹독한 비평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1877년 교향곡 제5번을 완성한 브루크너는 1879년 교향곡 제6번을 작곡하기 시작하려는데 이례적인 청탁을 받게 된다. 1861년 브루크너는 서른일곱 살 되던 해에 비엔나 음악학교의 최종시험에 통과했었다. 그때 그 학교 음악 감독이었던 요제프 헬메스베르거가 자신의 이름을 딴 사중주단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때까지 오르간과 오직 성악곡을 작곡하던 브루크너에게 이 사중주단이 연주할 작품을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소리의 풍부함을 선호했던 브루크너는 제2비올라를 추가하여 현악오중주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1879년 7월 완성된 현악오중주는 브루크너가 남긴 실내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걸작으로 남겨진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난해하여 헬메스베르거가 자신의 사중주단에게는 너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친절한 브루크너는 아름다운 인터메조를 작곡하여 가장 난해한 스케르초 악장을 대체했다. 그런데도 헬메스베르거가 여전히 연주하기를 꺼려하자 별수 없이 1881년 11월 피날레를 제외한나머지 악장들로 구성된 작품을 브루크너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프란츠 살크가합류한 빈클러사중주단에 의해 바그너협회의 비공개 콘서트에서 초연하게 된다. 초연된 이후 1884년 악보가 출판되자 더 빈번하게 연주되면서 브루크너를 좋아하지 않았던 브람스 추종자들조차 이 현악오중주만은 극찬을 하였고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에 비견될 정도로 19세기 후반 실내악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훗날 헬메스베르거 사중주단도 한 명의 비올라 주자와 함께 이 작품을 연주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브루크너가 추가로 작곡한 인터메조는 별도로 독립하여 소품으로 연주하기도 하였다. 대범한 주제와 매혹적인 화성을 가진 이오중주가 그동안 걸작으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그의 교향곡보다도 당시 청중들과 연주자들에게 더욱 깊은 사랑을 받아 브루크너 생존 당시 실내악 레퍼토리로 입지를 굳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제1악장 Gemassigt (Moderato) 추락하는 듯한 모습의 구슬픈 주제로 시작한 후 리듬감 넘치는 삼박자 춤곡 형식으로 이어지는 이 주제는 비교적 편안하면서도 낙천적인 트릴이 뒤늦게 나타나고 있는데 브루크너로서는 뜻밖의 시도이다. 제2주제도 부드럽게 시작하지만 브루크너 특유의 강인한 유니슨 화법이 나타난다. 첼로의 피차카토를 배음으로 나폴리풍의 온화한 주제가 연주되면서 넓게 걸쳐진 화음들로 장식하여 작품이 한층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제2악장 Scherzo: Schnell 비엔나 음악학교 음악 감독이었던 헬메스베르거가 불평한 그 문제의 악장이다. 재치가 돋보이고 화성을 이용한 고도의 트릭들로 가득하다. 생기발랄한 스케르초가 반복되기 전 트리오 부분은 오스트리아 민속춤 렌틀러를 연상시키는 활기찬 춤곡이 나타난다.

△제3악장 Adagio 이 작품의 백미 악장이다. 부드러운 주제를 기반으로 한 이 악장은 상승선율과 하강선율이 함께 시작하면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을 맺으면서 악장을이끌고 있다. 제2주제는 점점 확대되다가 열정적인 클라이맥스에서 다른 형식의 당당한 프레이즈로 넘어가면서 한층 응축된 코다로 끝을 맺고 있다.

△제4악장 Finale: Lebhaft bewegt 역동적이고 풍부한 표현으로 가득 찬 악장이다. 브루크너는 대담하게도 전통적인 소나타 양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아마 주제를 가능한 늦게 등장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 주제는 거의 끝부분에 가서야 비로소등장한다.

■ 들을 만한 음반
△아마데우스 현악사중주단, 세실 아르노비츠(비올라)(DG, 1963) △멜로스 현악사중주단, 아베크 엔리크 산티아고(비올라)(Harmonia mundi, 1993) △브란디스 현악사중주단, 브레트 딘(비올라)(Nimbus records, 1996) △빈 필하모닉 현악오중주단(Decca,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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