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약물복용
다약물복용
  • 유형준
  • 승인 2019.08.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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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오디세이아 (83)
CM병원내분비내과 과장 시인.수필가
CM병원내분비내과 과장  시인.수필가

“노인은 어떤 사람이냐?”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답할 수 없다. 범위를 좁혀 의학적 측면에서 대답한다면 이 정도가 그나마 마뜩할 것이다. ‘청장년에 비해 질병이 많은 사람이다.’ ‘질병이 많다’는 의학적 용어로 ‘질병다발성’ 또는 ‘다중이환성’이라 한다. 굳이 전문 노인의학적 통계를 들지 않더라도 늙음은 젊음 보다 질병과 더 가깝다. 병이 많고 잦으니까 자연히 약물을 여러가지 많이 복용하게 된다. ‘다약물복용(폴리파머시, polypharmacy)’이다. 정리하면 노인은 ‘병이 많고 복용 약물이 많다.’  평균적으로 지역 공동체 거주 노인들은 매일 네 개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한다. 보조 생활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복용 약물의 평균 숫자는 여섯 개이며, 이 숫자는 요양원 거주자에선 매일 여덟 개의 약물로 증가한다. 2017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한 명이 3개월 이상 복용하고 있는 하루 약물의 개수는 평균 4.1개다. 하루 5개 이상 복용 노인은 38.9 퍼센트에 이른다.

이처럼 다약물복용은 노인에서 흔하고 여러 문제를 동반하는 까닭에 중요한 노인증후군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치된 정의가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면 다약물복용이라 한다.

약물의 수가 증가하면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 신장 기능 및 간 기능 저하, 체지방 감소, 청력, 시력, 인지 및 이동성 감소가 두드러지는 노인에서 그 부작용의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아울러 다약물복용은 사망률, 낙상, 약물 부작용, 퇴원 기간 연장 및 퇴원 후 곧바로 병원 재입원과 같은 딱한 결과와 직결된다.

도쿄대학 의학부 부속 병원 노년병과의 보고에 따르면 다섯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할 때 낙상 위험이 높아졌고, 여섯 가지 이상의 약물 복용 시 부작용의 발생이 의미있게 증가했다. 다약물복용에 의한 경제적 부담은 노인들에게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고정 수입으로 사는 고령자는 종종 약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난한 노인은 아마도 처방전을 반으로 줄이거나 처방전을 건너뛰어 월말까지 마지막으로 처방할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의사의 지시에 따라 계속해서 약을 복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복용하는 약물이 많을수록 약물 요법이 복잡해지고 잘못된 시간에 약물을 복용하거나, 복용량을 잊어버리거나 약물 복용을 건너뛰는 위험이 커진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약물은 아침에 복용할 수 있지만 일부는 자기 직전에 복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다약물복용은 이러한 복용 시각의 복잡성을 증가시켜 정확한 약물복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만성 다발성 질병 상태가 흔히 있는 노인에서 한 가지 약만으로 치료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여러 약물을 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다약물복용이 발생하기 쉽다. 부득이하게 자신의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약물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다약물복용 상태가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약물 사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심장 마비 증상을 관리하거나 혈압을 조절하여 올바른 의학적 치료 지침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적어도 세 가지 정도의 약물이 필요하다. 제 2형 당뇨병 환자는 효과적인 포도당 조절을 위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다약물복용이 올바른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를 감안하여,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다약물복용을 위한 다중 성분 조합 정제 또는 캡슐, 소위 복합제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반대로, 부적절한 다약물복용은 부주의 한 처방, 약물 사용의 꼼꼼하지 못한 추구 관리 및 조치의 부족, 또는 예를 들어 약물을 처방하도록 의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환자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약물복용의 원인은 다양하다. 여기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흔히 오류를 범하는 한 가지 원인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닌 약물 복용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발생을 새로운 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판단하고 새로운 약제를 추가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약물이 다른 약물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에 여러 약이나 여러 약물의 사용이 임상적으로 적절할 수 있지만, 부작용 및 건강상 나쁜 결과의 위험이 높은 환자를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부적절한 다약물복용 환자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복용과 관련된 정보 공유를 위한 연계도 중요하다.

또한 약 수첩, 전산망 등으로 정보 공유 도구를 다 직종 간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약 수첩에 환자의 약물 사용 유무, 부작용의 유무 및 약물 복용 시 주의 사항 등을 기록하여 부작용, 중복 투여 및 상호 작용의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약 수첩의 활용은 환자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고, 적절한 약물 치료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준다.

끝으로, 캐나다 토론토대학 내과 교수인 로천(Paula Rochon) 등이 제안한 노인 약물 안전 지침을 줄여 정리한다.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을 검토한다 △불필요한 약물은 중단한다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혹시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아닌가를 반드시 고려한다 △생활요법 등을 비롯한 비약물학적 치료 방안을 늘 생각한다 △일반 의약품을 사용할 때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가능한 복용량을 줄인다 △복약 방법을 간소화한다.

되짚는다. 노인은 다약물복용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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