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제2번 A장조 작품번호 125
프란츠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제2번 A장조 작품번호 125
  • 오재원
  • 승인 2019.07.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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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479)

■ 19세기 낭만주의에 드리워진 20세기 인상주의의 그림자
낭만주의 초기에는 작곡가가 곧 피아니스트였던 시기로 당시 피아노협주곡들은 작품의 음악성보다는 독주자의 기량을 뽐내기 위한 장식적인 화려함이 우선했다. 1830년대부터 새로운 형식의 피아노협주곡이 발표되는데, 당시 대표적인 젊은 세 거장이 바로 쇼팽과 슈만, 그리고 리스트였다. 이 가운데 쇼팽은 피아노의 새로운 서정을 뽑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오케스트라는 반주기능 외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슈만은 1841년 작곡한 피아노협주곡 A단조는 전통의 벽을 넘어 새 융합을 이룩한 걸작으로 시적이고 아름다우며 완벽하게 통합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위상은 거장적인 동시에 형식파괴적인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이 나타나자 청중들을 단번에 매혹시키면서 그 입지가 완전히 역전되었다.

리스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모든 장르로 분출시킨 외향적인 작곡가였다. 그의 이러한 원동력의 중심은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였다. 작품들은 양적으로도 풍부하였고, 질적으로도 풍만함이 가득 찼다. 그는 바그너를 존경했지만 결코 바그너의 음악적 양식을 따르지 않았고 브람스의 고전적 경향도 역시 거부했다. 특히 리스트의 두 곡의 피아노협주곡은 19세기를 넘어서서 20세기 인상주의를 예견한 교두보 역할을 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이 비르투오소로서 혁신적인 테크닉의 향상을 보여주었고 그만의 독특한 오케스트레이션 및 작곡 기법이 더해져 동시대의 음악과는 구분되는 미래지향적인 음악을 창조해 냈다.

이 작품은 1839년 처음 작곡되었고 그로부터 1861년까지 지속적으로 개정되어 1857년 제자 한스 폰 브론자르트의 피아노와 리스트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비로소 25년이 지난 1863년이 되어서야 출판되었다. 피아노협주곡 제1번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고 주제들은 훨씬 흥미롭고 발전적인 작품이다. 특히 첫 도입부 주제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음향효과가 전혀 없는데 이와 똑같은 형태는 그 이후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장식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이는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개성적인 발전 방식이다. 언제 넘어갔는지 인식할 수도 없는 사이에 재빨리 빠른 템포가 펼쳐질 정도로 느린 도입부에서 빠른 템포의 전환 역시 탁월하다.

그의 최대 걸작 가운데 하나인 이 아름다운 피아노협주곡의 특징은 그 주제의 변용에 따른 피아노 테크닉의 변화무쌍함이다. 하나의 주제가 계속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면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피아노 기법을 선보이다 그 음향의 효과에 몰입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최면적인 효과로 그는 낭만주의 음악사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냈다.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에서 사용한 장식들은 쇼팽이 사용한 장식과는 전적으로 달랐다. 쇼팽에게 음악적 장식은 선율과 프레이즈를 그 신비 속에 가두는 구심점이지만 그에게는 선율과 영감을 밖으로 밀어내는 원심점이다. 또한 장식적인 고음이 리스트에게는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표현이 아니라, 신비적인 전율 속에서 자신만의 역동성을 발산할 수 있는 창조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피아노협주곡의 느린 악장에서의 아름답고 처연한 선율 속에 배어 있는 불안감은 빠른 악장의 난폭하고 씩씩한 멜로디에 의해 정복되는 느낌이다. 이런 기법이 당시로서는 터무니없이 급진적이라 했겠지만 얼마나 현대적인 기법인지 감탄을 자아낸다.

이 협주곡은 표제가 주어지지 않은 교향시적인 성격을 지닌 ‘교향적 협주곡’이라 불린다. 전통적인 3악장 형식이 아닌 긴 단 악장으로 6개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부드러운 부분과 진취적인 부분으로 나눠져 있으며 주요부분이 교대로 나타나면서 곡이 진행되고 있다.

△제1부 Adagio sostenuto assai 처음 클라리넷이 주제를 노래하면 이어 관현악의 아름다운 화성으로 문을 열면 이 주제에 덧붙여 서정적이고 차분한 첼로 독주의 선율에 맞춰 서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우아하게 피아노가 노래한다.

△제2부 Allegro agitato assai 긴장감 속에 현란한 피아노의 기교와 함께 변주를 진행한다.

△제3부 Allegro moderato 한없이 리듬을 변화시키며 리스트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현한다.

△제4부 Allegro deciso 바그너의 주제 동기처럼 하나의 주제가 계속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제5부 Marziale un poco meno allegro 그 변용에 따라 당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발한 피아노 테크닉을 선보이며 듣고 있으면 점점 몰아의 경지에 빠지게 된다.

△제6부 Allegro animato 마지막 불꽃과 같은 피아노의 호화찬란한 연주와 함께 끝을 맺는다.

■ 들을 만한 음반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테르(피아노), 키릴 콘드라신(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Philips, 1961)△라자르 베르만(피아노), 마리아 카를로 줄리니(지휘),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76)△죄르기 치프라(피아노),  앙드레 반데르노트(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58)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노), 콜린 데이비스(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Philips, 1976)△크리스티안 침머만(피아노), 세이지 오자와(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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