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애’ 위해, 서울시醫 노천 비상상임이사회 개최
‘동지애’ 위해, 서울시醫 노천 비상상임이사회 개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7.05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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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은 대한민국 의료가 처한 고통과 고난의 현실 환유”
최대집 회장, 투쟁의 열기 돋우는 박홍준 회장에 감사
“최 회장에게 드리는 경의는 대한민국 전체 의사들에게 바치는 헌사(獻辭)이기도”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님의 단식 농성은 오늘날 대한민국 의료가 처한 고통과 고난의 현실을 환유한다.”

마이크를 잡은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차분하고도 결기어린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5일 아침 7시,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옛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관 앞마당. 서울시의사회 사상 처음으로 ‘노천 비상상임이사회'(56차)가 열렸다. 지난 2일 시작된 최대집 의협회장의 단식 농성을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해, 그럼에도 서울시의사회의 업무는 평소처럼 굳건하게 이어가야 하기에 마련한 자리였다.
 
박홍준 회장은 말을 이었다.

“최회장님이 겪는 아픔은 문재인 케어로 인해 벌어진 우리 의료의 일그러짐을,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의료인들이 짊어진 고통스럽고도 무거운 짐을 상징한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것이다. 이 자리는, 최대집 의협 회장님에게 서울시의사회가 표하는 경의이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 속에서도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대한민국 의사 선생님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박 회장의 태도와 어법은 결연했다.  

“파업이나 투쟁 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 다양성, 존중한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 감히 부탁드리고자 한다. 서울시의 의사 선생님들, 아니 대한민국의 의사 선생님들이 제발 최대집 의협 회장님의 단식 농성장에 단 한 번이라도 찾아와주실 것을 말이다. 최대집 회장님이 짊어진 짐을 보시면서, 우리 의료 현실이 처한 고통과 아픔, 일그러짐을 직접 목도하시기를 감히 바란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대한민국 의사로 하나 돼야 한다.”

단식 농성 나흘째인 최대집 의협 회장이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으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평소 무척이나 에너제틱한 사람이지만, 씻지도 못한 얼굴과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약간은 힘에 부친 듯한 모습에서 초췌함이란 단어의 뜻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말에는 힘이 뚝뚝 묻어났다. 

“이리 함께 해 주시니 정말로 힘이 난다. 밥 여러 공기를 먹은 때보다도 배가 부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문케어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의 의료가 최악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그렇기에, 박 회장님 말씀처럼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료계의 단결이다.”

그는 입에서 마이크를 잠시 뗀 뒤 말을 이었다.

“제가 단식하는 것은 정치 행위가 절대로 아니다. 대(對) 정부 투쟁도 아니다. 그것은 결과일 뿐이다. 저는 의료 개혁을 위해, 국민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를 위해 싸울 뿐이다. 그러나 최선의 진료는 범법이 되고 있다. 그것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한데 박 회장님이 정말로 많이 도와주고 계시다. 지난 2일 열린 의협 노천 상임이사회는 물론, 비상 천막 의협 집행부를 농성장에 설치한 것이나, 매일 밤 심야 비상 대책회의를 열어 투쟁의 열기를 국민과 전국의 의사 선생님들에게 알리자고 한 것도 다 박 회장님의 아이디어였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두 사람의 발언은 10분 정도였다. 그러나 울림은 웅숭깊기만 했다.

상임이사회 시작은 평소 오전 7시. 이날은 오전 6시를 지나면서부터 이사진이 속속 모여들었다. 박홍준 회장이 오전 6시 30분쯤 도착했을 때 이사진 10여명이 이미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마음은 모두 하나였다. 모두 최대집 의협 회장의 건강부터 이야기했다. 

“괜찮으시대요?” 
“아직은요. 한데 얼마나 가겠어요, 기자회견도 거의 매일 하셔야 하고 힘드실 텐데...”

의협 상임이사들이 매일 한 명씩 번갈아가며 최대집 회장의 단식농성장을 지킨다. 4일 밤~5일 새벽 ‘당번’은 정성균 의협 총무이사였지만, 심야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했던 박종혁 의협 대변인도 가세했다. 

정성균 의협 총무이사는 안부를 묻는 서울시 상임이사진에게 “한 번 사는 인생이다. 대한민국 의사 선생님들을 위해 고초를 겪는 것은 오히려 영광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박종혁 대변인은 “투쟁의 열기를 확산시키고, 의사 선생님들의 동지애를 높이기 위해 ‘의사 국토 대장정단을 만들자’는 의견이 4일 밤 의협 심야 비상대책회의에서 나왔다”며 “시도회장단에서 허락하신다면 곧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단식 농성 중인 최대집 의협 회장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며 약간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모임이 시작됐지만, 막상 상임이사회는 평소처럼 냉정하고도 치밀한 토의로 이어졌다. 
     
이사회는 한 시간 만인 오전 8시에 마쳤다. 참석한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진과 최대집 의협 회장, 정성균 의협 총무이사, 박종혁 대변인이 기념 촬영을 했다.

오른손을 불끈 쥐고 이들이 함께 외친 구호는 “국민을 위하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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