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11년 역사상 첫 노천 상임이사회 개최
의협 111년 역사상 첫 노천 상임이사회 개최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9.07.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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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준 회장, 노천 상임이사회 및 천막 집행부 운영 제안
“백척간두의 대한민국 의료계 상황 회원·국민에게 알린다”
대한의사협회 111년 역사상 처음으로 ‘노천 상임이사회’가 3일 오전 7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 옛 회관 앞마당에서 개최됐다.

대한의사협회 111년 역사상 처음으로 ‘노천 상임이사회’가 열렸다. 3일 오전 7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 옛 회관 앞마당에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의협 비상(非常) 천막 집행부 심야 대책회의’를 매일 오후 8시, 이 장소에서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계가 격랑 속에 빠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파업을 향한 시계가 “째깍 재깍” 흐르고 있음을 알렸다. 그 누구도 의료가 중단되는 파업을 원하지 않지만, ‘문 케어’로 인해 의료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음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과 착잡함, 그리고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것에 대한 비장함과 결기를 이날 참석한 의협 상임 이사진 뿐 아니라, 이 나라 모든 의사들이 공유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3일 오전 7시, 신축을 기다리는 옛 의협 회관 앞마당. 최대집 회장의 무기한 단식이 진행 중인 천막 농성장이 설치된 곳이다.

의협 상임이사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이사회 진행을 위한 장비조차 제대로 갖출 수 없어서, 의자만 덩그러니 마련한 상태였지만, 40여명에 이르는 상임이사진과 자문위원이 참석해서 열기를 더했다. 상임이사와 자문위원 임명장이 수여되는 의협 집행부 첫 이사회를 빼면, 최대 인원이 참석한 것이다.

앞마당에 설치된 대형 천막 위로는 ‘최선의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한 최대집 회장 단식 투쟁’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었다.

상임 이사회는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시작이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6시 20분부터 참석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서 최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박홍준 회장은 최대집 회장에게 “의료계를 대표해서 이런 투쟁을 하시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이에 최대집 회장은 감사와 격려를 표하는 모든 상임이사진에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2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오는 9~10월 중 의료 파업을 할 것”을 선언했으며, 이 날부터 옛 회관 앞마당에 천막을 설치한 뒤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최 회장의 무기한 단식 장소에 ‘의협 비상 천막 집행부’를 설치하고, 의협 상임이사회도 여기서 열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는 박홍준 회장이 냈다. 위기 상황일수록 의협의 기능이 중단돼서는 안 되며, 의협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박홍준 회장은 노천 상임이사회 뿐 아니라 ‘의협 비상 천막 집행부 심야 대책회의’를 매일 하도록 계획한 것도 “대한민국 의료 상황이 급박한 위기 상황임을 회원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진실하게 알리고자 함”이라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의협 사무처 천막 사무실’ 운영도 제안했다. 의협 집행부와 사무처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하나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투쟁은 투쟁, 의료는 의료”라며 이렇게 부연했다.
 

“의료계의 투쟁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 의사들끼리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파업에 반대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그 다름을 서로 존중해야만 한다. 결국 우리 의사들의 지향점은 국민의 건강 증진으로 모인다. 파업을 하자는 측도, 파업을 반대하는 분도 모두 국민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의 대표에게 격려를 보내는 것은 일종의 예의라고 본다. 이는 파업에 대한 찬반을 표시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의협 부회장)이 의협 심야 비상대책회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박 회장은 때문에 “오는 5일 오전 7시에 열리는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회 역시 의협 옛 회관 앞마당에서 열기로 했다‘며 ”투쟁이나 파업에 대한 지지나 생각이 각자 다름과는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이 대한민국 의료의 바로 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공유한다는 뜻에서 이곳에서 이사회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노천 이사회가 의협과 서울시에서 잇따라 열리게 된 이유는 대한민국의 ‘의료 시계’가 어쩌면 종국으로 향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어찌됐든 대한민국의 의료 시계는 파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파업이 될 것인지, 아니면 원만히 해결될 것인지는 정부와 청와대의 결단에 달렸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사상 처음으로 열린 천막 상임이사회는 결연하고 비장하게 오전 8시40분까지 진행됐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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