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摸索) 5.
주영만
빈 들판 위를 지나
저 멀리 잔뜩 찌푸린 서쪽 하늘로
점, 점, 점, 점 ------
아득히, 그러나 일사불란하게
멀어져 가는
새들
뒤이어 어스름이 몰려오고
앙상한 뼈대마저 어둠에 잠겨버리는
겨울나무들
이(齒)가 하얗게 시리고
눈(眼)은 맑아지고
밤 깊도록 성근 눈발이 흩날리면
어둠 속에서
잔별처럼 잠시 반짝이는 기억의 무게는 얼마나 가벼운가
바람처럼 이곳저곳을 서성이는
<프로필>
주영만(周永萬), 내과 전문의
199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2001년 시집 <노랑나비, 베란다 창틀에 앉다>(시와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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