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잇단 참사 '정신건강복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기획] 잇단 참사 '정신건강복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4.24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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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정으로 비자의입원 절차 까다로워져
의료계 "사법입원·외래치료명령제 강화해야"
급한 경우 경찰관 단독 응급입원 명시한 법안 발의 추진돼

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진주 방화살인사건이 터지며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일부 개정된 바 있지만 사법입원제 및 외래치료명령제 등 일부분에서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건강복지법은 퇴원 후 치료가 중단되면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문의가 진단한 사람에 한해서 직권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진주 방화살인사건에서 피의자의 형이 피의자의 입원을 위해 노력했지만 현행법 체계상 이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강제입원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피의자가 제때 치료받거나 입원했다면 이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견해인 것. 이에 대해 의료계는 사법입원제도와 외래치료명령제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강제 입원 절차에 보호의무자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정하고 있다"며 "법률에 보호의무자의 동의 또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돼 있어 시급한 상황에도 입원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법입원제도와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한다면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기피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2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입원 도입 및 외래치료명령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환자 인권이 무시될 수 있다는 취지다.

오현성 애리조나주립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진행된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정신건강서비스 토론회’에서 "중증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당사자를 개인 심층 인터뷰한 결과 환자들은 약에 대한 설명조차 의사들에게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한 “정신과 의사들 중에 권위적인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외래치료명령제 및 비자의입원을 늘리는 것보다 의사들의 태도가 먼저 변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며 “결국 제도의 폭력에 환자들이 기댈 곳은 가족이지만 가족들도 국가 폭력의 피해자다”고 역설했다.

■ 정신건강복지법,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우선 법률의 역사를 뒤짚어 보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역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정 이후 수차례 부분적 개정을 거치다가 2016년 전면 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국내 정신건강복지법은 크게 '비자의입원 통제'와 '지역사회 중심 정신의료 확산'이라는 큰 골자를 갖는다.

이 중 비자의입원은 흔히 말하는 강제입원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보호입원, 지자체 장에 의한 행정입원, 응급입원의 기본 틀이자, 특히 보호의무자 제도를 기본으로 한다.

2016년 개정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호입원의 절차적인 요건이 전반적으로 보호입원이 까다로워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정으로 인해 '자타해 위험 또는 치료의 필요성'에서 '자타해의 위험이 있고 동시에 치료도 필요한 경우'로 변경됐다. 즉 요건이 OR에서 AND로 강화된 것이다.

또한 보호의무자의 동의도 1인의 동의에서 2인의 동의로 개정됐으며 신분을 확인할 서류의 징구와 그 미징구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됐다.

그러나 개정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해당 부분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예로 들어 살펴보면 피의자의 형 안 모씨는 증상이 악화된 피의자의 입원을 위해 여러 노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상에는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를 보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직계혈족 혹은 배우자가 아닌 사람은 입원을 신청할 수 없어 피의자의 형은 강제입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던 것.

행정입원의 경우도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이 가능하지만 보호의무자가 있는 경우 진행하기 어려워 실 사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경찰이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과 보호조치를 할 수 있지만 자타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민원과 행정 소송을 염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권준수 이사장
권준수 이사장

이에 대해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피의자의 형 안 모씨가 증상이 악화된 피의자의 입원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현행법의 보호의무자 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사법기관이 입원의 적합성, 의학적 판단의 타당성을 판단하도록 해야 제대로 된 청문과정이 도입되고 국제적인 인권기준에도 충족된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4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개최된 ‘정신건강의 사회적 안전망 현황과 발전방향 모색 심포지엄’에서 "앞서 영양 경찰관 사망사건에서도 살인경력이 있는 중증환자였으나 보호의무자 중 어머니의 요청으로 퇴원한 뒤 범죄가 벌어졌다"며 "자타해 위험이 있더라도 보호의무자가 퇴원을 원한다면 퇴원할 수 있다"고 현행법을 비판했다.

이어 백 교수는 "이번 진주 사태에서도 만일 경찰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됐더라도 보호의무자의 동의없이는 입원이 불가하다"며 "퇴원 후에도 외래치료명령제나 퇴원 후 사례관리체계가 미비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개원 중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씨는 "오히려 법 개정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의 입원이 지연되고 있다"며 "현재 외래치료명령제가 강제성이 없어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한 만큼 반드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후 법안 발의 이어져

진주 방화살인사건과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화두로 떠오르자 국회에서 추가적인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급박한 경우에는 경찰관 단독으로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하고 응급입원을 했다가 퇴원한 경우라도 위해행위를 반복하거나 위해행위의 우려가 큰 경우에는 격리조치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지론이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2일 대표 발의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 행정입원은 가능하지만 경찰의 강제입원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경찰도 입원이 가능하게 하고 응급입원의 경우에 입원의뢰를 받은 경찰관이 즉시 출동해 위해요소 및 위해행위를 제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에 개정안은 정신질환 범죄경력을 조회해 범죄경력이 존재하고 재범의 우려가 크고 급박한 경우에는 경찰관 단독으로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했으며 응급입원을 했다가 퇴원한 경우라도 위해행위를 반복하거나 위해행위의 우려가 큰 경우에는 주변사람들에 대한 접근제한 및 격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 향후 정신건강 사회 안전망 발전 과제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한편 건강정신복지법 개정을 넘어서 향후 정신건강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추가 제언도 이어졌다.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24일 ‘정신건강의 사회적 안전망 현황과 발전방향 모색 심포지엄’에 참석해 “정신과 병원의 급성·만성기 치료적 기능의 차별화로 빠른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꾀하고 정신과치료에 대한 사적 보험에서의 차별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적 환경에서 비롯되는 편견을 타파하는 등 사회적 인식개선 사업도 병행돼야 한다”며 “병원-지역사회 기반 사례관리를 함께 연계해 지역사회 복귀시설을 포함한 사회복지체계의 개선도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공공정신보건체계의 질적 강화도 요구됐다.

이 과장은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정신건강증진 및 예방적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에 충분한 인력 및 예산 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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