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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묻지마 살인’ 발생…미리 의학적 조치했다면
또 ‘묻지마 살인’ 발생…미리 의학적 조치했다면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4.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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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피해망상 시간 갈수록 커져…지역정신보건센터와 초기에 연계했어야
송성용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총무이사

정신병 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평소에 미리 적절한 의학적 조치를 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새벽 4시 30분경 경상남도 진주에서 조현병 치료 경력이 있는 42세 남성 안 모 씨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12세 손녀와 할머니가 흉기에 찔려 사망하고 어머니도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는 등 4명의 일가족 중 3명이 참변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평소에도 층간소음 문제 등으로 이웃과 자주 다퉜고 이웃집 현관에 오물을 투척해 경찰에 입건된 적도 있다.

안 씨의 위층에 살던 이웃은 평소 자주 이상행동을 보이며 행패를 부리던 안 씨의 행각에 불안을 느껴 현관에 CCTV까지 설치했고,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은 그냥 한번 둘러보고 가고 말았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송성용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총무이사(사진)는 “안 씨가 주장하는 이웃의 층간소음도 실제로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이 피해망상을 갖고 있고 한번 피해망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확고해지고 공격성도 더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 경찰이 수차례 이웃의 신고를 받고도 안이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비극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송 이사는 애초에 경찰도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송 이사는 “경찰도 안 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선 현행법상 경찰이 타인의 정신병 경력을 조회할 수 없게 돼 있고, 정신병 환자가 퇴원했을 때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을 취해 관리해야 하지만 이게 강제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환자나 환자 가족이 원치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송 이사는 안 씨가 평소에 제대로 된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안 씨는 혼자 살고 있던 사람인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평소에 약물치료 등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평소에도 수차례 이웃과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고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신병 환자에 의해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묻지마 범죄’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송 이사는 “무엇보다 정신병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초기에 문제를 일으켰을 때 즉시 경찰과 정신의료기관에 연계해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나 입원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경찰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사회로 복귀한 정신질환자에게 외래 진료를 의무화한 ‘외래치료명령제’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의사가 정신질환자에게 입원 필요 유무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하고, 이에 따라 법원이 입원 유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도’를 국내에 시급히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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