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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실손 청구대행...위헌적 발상”
“의료기관 실손 청구대행...위헌적 발상”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4.16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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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협회, 법적 의무 없는 의료기관에 관련 의무 부과…즉각 폐기해야

“법적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에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극히 위헌적인 발상이다.”

대한의원협회는 의료기관에 대해 실손보험사 청구 대행을 의무화한 법안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실손의료보험(이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을 위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회사는 요양기관의 서류 전송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올해 1월 같은당 전재수 의원도 심평원 대신에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에 대해 대한외과의사회, 대전광역시의사회, 지역병원협의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이 개정안이 거대 실손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성명서를 통해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3월 28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이하·의협)와 대한병원협회가 “동 법률안은 국민의 편의라는 명목으로 요양기관에 청구를 대행하게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보험금 지급률을 낮춰 실손보험사들의 배만 불리기 위한 법률안”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지난 4월 11일 금융소비자연맹을 비롯한 7개 소비자단체는 고용진 의원이 주선한 기자간담회에서 청구 간소화 법안은 보험사 청구거절의 꼼수가 아니라 오히려 실손보험 치료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종이 서류보다 전산 자료 제출이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이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현재 6,221개소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한 대한의원협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문제점으로 우선 “법적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에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극히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두 개정안이 의료법 위반 교사에 해당한다는 점, 개인정보 유출 및 오용 우려, 실손보험 청구대행 의무화가 보험사의 편익만을 위한 법안이라는 점, 정작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소비자의 편익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동차보험처럼 심평원 심사위탁으로 가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소액 미청구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좋아할지 모르지만, 심평원 또는 전문중계기관을 경유하여 보험사에 축적된 환자의 질병정보 데이터는 보험가입 거절,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절의 용도로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 위주로 선별해서 가입을 받는 보험사들의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이 더더욱 성행할 것이며 더해 가입자의 민감한 질병정보가 유출되거나 오용될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의원협회는 이번 개정안이 소비자에게 편익이 아니라 손해를 끼칠 것이며, 이에 반해 보험사들은 인슈테크를 활용할 기반을 구축하여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상당수 직원들을 감원시키고도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본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그렇다고 쳐도 소비자단체들이 이 법안을 극구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원협회는 의문을 나타냈다.

“청구 간소화를 주장하는 보험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아주 소액임에도 각종 서류를 요구하여 소비자들의 청구를 어렵게 만들고 있음에 불구하고, 이와 같은 청구 간소화에 역행하는 보험사의 행태는 왜 비판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소비자보다는 대형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들인가?”라고 반문했다.

의원협회는 “법적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에 청구대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극히 위헌적인 법안으로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의료법을 위반하도록 교사하는 법안”이라며 본 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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