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이 치료제?... 의학적 효과 오인 우려"
"화장품이 치료제?... 의학적 효과 오인 우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4.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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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화장품법 시행 규칙 강행에 피부과전문단체 큰 반발
아토피 환자 치료 시기 놓쳐 피해 확산...식약처장 면담 요청 

피부과 전문의들이 기능성 화장품에 질병 이름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화장품법 시행규칙' 시행 강행에 "의학적 효과의 오인 가능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라는 질병명이 들어가는 기능성화장품의 경우에도 전문가 의견이 배제된 채 논의가 이뤄진 것을 우려하며 식약처장과의 면담도 요구했다. 

대한피부과학회(회장·서성준)는 최근 기자들과의 자리를 갖고 아토피, 여드름, 탈모 등 질병 이름과 그에 대한 효과를 표시한 화장품을 허용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2017년 5월 30일 시행)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화장품법은 '기능성화장품'을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 제품 △피부의 주름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 △피부를 곱게 태워주거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제품 △모발의 색상 변화ㆍ제거 또는 영양공급에 도움을 주는 제품 △피부나 모발의 기능 약화로 인한 건조함, 갈라짐, 빠짐, 각질화 등을 방지하거나 개선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제품 등에 해당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구체적인 종류는 총리령(화장품법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가 만든 화장품법 시행규칙은 기능성화장품의 범위를 △피부에 멜라닌색소가 침착하는 것을 방지하여 기미ㆍ주근깨 등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피부에 침착된 멜라닌색소의 색을 엷게 하여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피부에 탄력을 주어 피부의 주름을 완화 또는 개선하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강한 햇볕을 방지하여 피부를 곱게 태워주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자외선을 차단 또는 산란시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모발의 색상을 변화시키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체모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 △여드름성 피부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 △아토피성 피부로 인한 건조함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 △튼살로 인한 붉은 선을 엷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 등으로 정해놨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화장품법 시행규칙에 의해 일반소비자인 국민은 질병 이름을 표시한 화장품이 해당 질병에 의학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해 화장품에 의존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닌 화장품에 의존해 치료시기를 놓쳐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는 치료 시기의 장기화 및 치료비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는 게 학회 측의 예상이다.

그는 "질병 이름과 의학적 효과를 표시한 화장품은 해당 질병에 효능을 가진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명목 하에 고가로 책정돼 소비자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국민의 가중된 경제적 부담은 결국 관련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부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면담은 물론, 관련 업체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품법은 지난 2014년 10월, 같은 사안에 대해 정부안으로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여야 모두로부터 '화장품 업체를 대변한다'는 부정적인 우려와 질타를 받으며 저지됐었다. 

또한 식약처가 2012년 9월 발행한 소비자 교육 자료에서도 '화장품법에는 의학적 효능·효과 등이 있는 표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다, 아토피, 여드름 등의 질병이 포함된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돼 있다.

서 회장은 “피부과학회, 아토피피부염학회, 피부과의사회는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 의견조회 절차에서 문제점을 반복해 지적했지만 식약처장과의 만남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식약처도 아무런 반응 없이 불통의 자세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식약처는 국회의 우려를 무력화시키면서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개정이 가능한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이를 강행했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은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식약처가 산업의 일방적인 견해만 반영하고 전문가단체와 불통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법인 화장품법에 반하고 판례에 위반되며 식약처 스스로 공언한 소비자 교육자료 내용과도 모순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강행한 것은 식약처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토피성 피부로 인한 건조함 등을 완화하는 도움을 주는 화장품'에 대해 “아토피는 환자에 따라 질병의 증세가 모두 다른 데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건조함’ 개선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기능성화장품의 범위에 ‘아토피성 피부’라는 질병이 들어가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6일 식약처장에게 기능성 화장품 시행규칙에 대한 회의 및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토피성 피부로 인한 건조함 등을 완화하는 도움을 주는 화장품'과 관련해 학회 의견이 배제돼 논의되는 것에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 "국민의 건강과 경제적 부담에 역행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폐기하고 국민을 위한 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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