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뒷북 행정'이 부른 인공혈관 사태
정부 `뒷북 행정'이 부른 인공혈관 사태
  • 의사신문
  • 승인 2019.03.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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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원활한 소아심장수술을 위해 해외 제조사와 직접 담판을 짓고 소아용 인공혈관을 수급한 정부에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고어社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앞으로 고어사가 공급하는 인조혈관 20개를 의료기관이 구입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등재를 신속 추진하겠다”면서 “고어사에서 공급재개 따라 상한금액 인상 요구 시 지난해 변경된 희소·필수치료재료의 상한금액 산정기준에 따라 적정 가격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미 고어사가 2년전 국내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우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해결의지를 보였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3월 12일 국회에서 진행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업무보고에서도 의원들이 식약처의 뒷북대응을 문제 삼았다. 김상희 의원은 “고어사가 2년전에 철수하고 나서 한국정부로부터 단 한번도 재공급을 요청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며 비판했다. 기동민 의원도 “식약처가 2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 정부의 역할이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윤일규 의원은 “공급이 없었음에도 2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흉부외과 의사들이 공급 중단 사태를 예측하고 미리 대량 주문해 놨었기 때문”이라며 “식약처가 전문성이 너무 없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의료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흉부외과학회 등 일선 교수들은 독과점 업체의 횡포라기 보다는 정부의 탁상행정을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판단했다. 인공혈관 공급가격을 타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게 책정한 정부의 보험상한가 인하정책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하며 생산업체가 한국 철수를 밝혔지만, 정부는 문제 해결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인공혈관의 재공급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사건을 이 지경까지 끌어온 정부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지난 2년간 정부는 보장성 강화를 외치면서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 급여화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면서 흉부외과 의사들의 목소리는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인공혈관뿐 아니라 각종 필수 의약품 등에서도 공급 중단 사태를 빚고 있는 품목이 대단히 많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식약처에 따르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318품목 중 국내에 유통되지 않고 있는 의약품이 76품목(23.9%), 국내 미허가 의약품이 14품목(4.3%)에 달한다. 지난 1월에는 일본계 다국적 제약사 한국쿄와하코기린이 `마이토마이신'의 국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마이토마이신은 당초 항암제로 개발됐지만 녹내장 수술의 상처를 빨리 치료해주고, 라섹 수술 후 각막이 혼탁해지는 걸 억제해 안과용 필수 의약품으로 많이 사용되며 이를 대체 할 의약품은 현재 없는 상태다. 금번 인공혈관 공급중단 사태에서 정부는 소아심장병 환자들을 위한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닫고 국민건강에 대해 무사안일의 태도를 보여온 것에 대해 반성하고 이로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앞으로 태만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이 같은 일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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